"이것이 삶이었던가?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말이다.

페더러 때문에 테니스를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페더러 때문에 테니스를 계속 쳐온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 덕분에 몸 여기저기가 다 아팠었고. 지난 1년은 TFCC손상과 장경인대 증후군으로 운동을 별로 하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나는 테니스를 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때로는 이 행성에서 테니스를 가능하게 해주는 적당한 '중력'에게도 감사했었다.

프로 선수는 아니지만, 그리고 매우 잘치는 동호인도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페더러의 플레이를 항상 동경해 왔고, 코트에서도 곧잘 시도하는 편이다.

예전 롤렉스 광고에서 페더러가 "나는 테니스의 유산들을 보존하고, 후세에 전승하고 싶다"며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나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그를 사랑해온 것 같다.

테니스에서 이기려면 상대보다 공 하나를 더 치면 된다. 아주 간단하다. 그 법칙은 페더러 이전에도 공고했고, 그리고 아마 페더러 이후에도 공고할 것이다. 그런데 페더러는 공 하나를 더 치는 테니스를 하지 않는다. 페더러는 '공 하나를 덜 치는 테니스'를 한다. 

바로 지금, 아주 오랜만에 서울에서 ATP 투어 대회가 열리고 있다. 페더러는 은퇴했지만, 수많은 투어 선수들이 이기기 위해, 우승하기 위해 수많은 경기를 하고 있다. 그 수많은 경기들, 플레이들 중에서 우리가 감탄해야 할, 남겨야 할 것은 무엇일까.

수없이 많은 선수들과 수없이 많은 경기들 속에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플레이, 조금 더 공격적인 플레이, 조금 더 창조적인 플레이, 조금 더 아름다운 플레이, 조금 더 도박적인 플레이, 조금 더 스스로를 내던지는 플레이..

나는 그런 플레이들에서 진짜 승부의 맛을 보고, 살아 있음을 느끼고, '테니스'를 목격한다.

고마웠어요, 페더러.

https://youtu.be/m_TzL717PQ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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