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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ia님의 트랙백

제 글에 대한 jania님의 트랙백에 대한 답글입니다. 그런데 트랙백이라는 것도 처음 받아 보아서 답글을 어떤 형식으로 작성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다시 트랙백을 걸어야 하는건지도 모르겠고 더구나 어떻게 거는건지도 몰라서orz...
아무튼. jania님이 매긴 번호대로 글 쓰겠습니다.

1. 유전자 결정론에 대해서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다만 '마음의 기원'에서 지나치게 진화심리학의 범위를 확장하려는 의도를 목격했고, 그것이 못마땅한 나머지 제가 실수를 했네요. 님 말씀대로 '일부' 행동/심리에 대해서 유전자가 '영향'을 준다는 입장이라면 저는 완벽히 수긍합니다.

2. 궁극 설명과 근접 설명이라는 용어가 있었군요. 좋군요. 처음 인용한 제 글에서 '진화심리학은 옳지 않다'는 결론을 도출하셨는데요, 제 결론은 그게 아닙니다. 궁극 설명과 근접 설명이라는 것으로 이야기하자면, 근접인에 의해 궁극인이 억압당할 수 있다는 것이 제 결론이고 이것은 님의 의견과 상충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면 저는 진화심리학이 옳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의 진화적 차원이 근접인에 의해 부정될 수 있다는 말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에 인용한 친자 살해 비율에 대해서는, 이건 궁극인과 근접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연령에 따른 친자 살해 비율에 대한 해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죠. 조사에서는 연령이 높을수록 부모에 의한 살해율이 떨어지는 반면 타인에 의한 살해율이 높아지는 결과를 '이상'하다고 접근하고, 이 이유가 17세 이상 자녀는 번식률이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것인데요. 저는 전자와 후자가 왜 상충하는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후자의 경우 살해의 원인은 '적의'일 가능성이 높다고 저는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럴 경우, 17세 이상의 경우에 사회적 활동이 많아지면서 타인과 적의적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살해하는 비율과 살해당하는 비율이 동일하게 높아질 거라고 저는 봅니다. 후자에 대한 제 가설을 이해하셨다면 전자로 넘어 가 봅니다. 전자의 살해 비율은 부모의 '환경'과 '심리'에 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양육이 힘들다거나 다른 사회관계적 마찰에 의해서 유아 살해가 이뤄지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살해율은 '용이성'이 높을수록 증가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살해율이 떨어지는 것은 아이의 '힘의 증가'나 아이의 '자립성'에 따라서라고 이해될 수 있겠지요.  여기엔 '17세 이상의 번식률 증가'라는 요인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전자와 후자가 전혀 다른 요인에 의해서 빚어지는 사건에 대한 비율이고 그 둘의 비교에 '17세 이상의 번식률 증가'라는 인자가 개입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기 위해 저는 '아이의 타인을 살해할 비율'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3. 그럼 EEA에 의한 적응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의 행동/심리가 진화심리학으로 적절히 설명된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컨대 피임기구에 의해 인간이 섹스만 하고 생식을 하지 않는 경우, EEA에 의한 시차 때문에 여전히 즐겁다. 라고 해석만 하면 끝이라는 겁니까? 이것이 끝내 인간의 섹스로 인한 생식이 사라지고, 인공 수정에 의한 생식만이 남게 된다고 할 경우, 역시 진화심리학적 '근접인'으로 설명이 가능하니까 진화심리학적으로 옳다는 것입니까? 저는 근접인에 의해 궁극인이 억압되고 있는 상황을 전혀 '진화적 상황'으로 인식하지 못하겠습니다.

4. 원서는 230페이지인가요.. 허허 번역본은 600페이지에 달했답니다orz. 제가 '결정적 오류'라고 쓴 것은 잘못했습니다. 근데 잘 이해가 안되는 것이,, 구조 행위에 대한 문제에서 분명히 진화심리학자가 설정한 실험이 모순된 결과를 보였지 않습니까? 앞서서 진화심리학이 인간의 모든 행위/심리에 대해 해답을 내놓지는 못한다고 하셨으면서 왜 이 실험에 대해서는 배치된 심리를 보이시는지요. 이 문제는 진화심리학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라고 인정할 수는 없을까요? 상황이 글로 표현되었다고 하셨는데,, 이런 상황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목격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영화 타이타닉만 보더라도 성인 남성들은 아이와 여자에게 구명 보트를 양보합니다. 상황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구성해야 1살보다 18살이 먼저 구조될 수 있는걸까요?

5. 진화심리학에서 언어를 '적응'으로 보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문자가 부수효과로 분류되더군요. 저도 글을 쓰면서 언어와 문자를 함께 언급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느꼈습니다만 그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오류를 범했네요. 제가 생각하기에(물론 제가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영향력이 있겠습니까만) 언어는 부수효과인 '문자'의 발달에 따라 '적응'의 궤도를 넘어선 것 같습니다. 동물의 심리와 행동은 진화생물학으로 거의 완벽히 설명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인간은 그렇지가 않죠. 이 틈이 바로 '문자', '문자에 의한 언어의 발달'로 말미암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라캉적인 접근이 되겠지요. 제가 언어를 부수효과로 묶은건 이런 접근이 기저에 깔려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오류입니다.

결론적으로, 저의 논지는 '진화심리학은 유용하다. 그러나 진화심리학으로 설명이 안되는 부분도 많다.'라는, 어떻게 보면 진화심리학적 견해와 일치하는 것이었고요. 그런데 글을 이렇게 진지하게 읽어줄 분이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나머지 몇가지 오류를 범한 것 같습니다. 제 글의 오류에 대해서 지적해 주신 점 정말 감사하고요, 참고할 여러 자료들의 제시도 감사드립니다. 근데 원서에 번역안된 글들이라 좀 난감하네요ㅠㅠ. 아 영어 공부를 좀 해야 할지..

관련 글: 2007/10/03 - [소요유] - 진화심리학에 대해서
2007/10/24 - [소요유] - 진화심리학 관련 리플 모음
2007/10/24 - [소요유] - 니체주의자와 욕망의 삼륜(진화론과 라캉과 니체의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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