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04 - [소요유] - 진화심리학에 대한 글에 대한 트랙백에 대해.
윗 글에 대한 리플들을 가져 왔다. 본문보다 리플이 더 길어서;;

    1. 영록 2007/10/04 21:0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2. 4번은 이미 진화심리학적으로도 설명 가능해 보입니다. 남성에게는 여성과 아이를 보호하려는 본능이 있습니다. 아마 자신의 배우자와 자식들을 보호하는 진화의 부산물이겠죠. 혹은 자신이 속한 사회의 생존률을 높여서 종합적인 유전자의 생존 확률을 높이는 것일 수도 있구요. 그러니 타이타닉에서도 여성과 아이를 보호하려는 본능이 일었겠죠. 게다가 생존 확률이 아주 낮은 동물과는 달리 인간은 일단 살기만 하면 생존 확률이 1살 아기나 성인이나 엄청난 차이가 나진 않습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타이타닉을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당장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해서 그게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고 반례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증거를 확보하고 논리를 구축할 시간이 부족한 것 뿐이지요. 진화론이 틀렸음을 반례로 증명하려는 무수한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다 설명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지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진화심리학은 모든 심리 현상을 진화를 이용해서 직접 설명하는 학문이라기보다는 심리 현상의 근원적인 원인을 진화에서 찾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진화의 논리로 직접 설명은 안될 수도 있습니다. 섹스의 경우도 쾌락만을 위한 섹스가 이기적인 유전자에 별 도움이 안될 수 있지만 그런 행동을 낳는 기저에 깔린 원인을 찾아 들어가면 결국 이기적 유전자에 도움이 되는 원인이 있었고 그로 인해 발생한 부산물이라는 추론이 가능한 거죠.

      진화의 역사에서 근접인이 궁극인을 압도하는 현상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나방은 빛을 향해서 나선형으로 날아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나방이 별을 이정표로 활용하는 이득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도시에는 별이 거의 보이지 않고 빛을 향에 날아가면 타 죽을 뿐인데도 여전히 나방은 빛을 향해 나선형으로 날아갑니다. 궁극인이 거의 사라졌음에도 근접인으로 인해 나방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고 있는 것이죠.

      진화심리학은 아직 잘 모르지만 그나마 진화는 이제 뭔지 알았다고 생각해서 주절거려 봤습니다--; 양해해주시길~

      님이 언급한 '생존 확률'은 '유전자 계승률'로 이해해도 되겠죠? 그렇다면 인간의 나이에 있어 '유전자 계승률'이 별로 차이가 없다는 것 때문에 1살이 18살보다 먼저 구조된다고 해석이 되겠지요. 저는 바로 그것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라는 명제에 대한 범인간적 이해도 추가시킨 것이고요. 나이에 따른 유전자 계승률이 인간 사회에서 그다지 차이나지 않는다는 것이 '문명적'이기 때문입니다. 진화론적인 것이 아니지요. 반면 마음의 기원 필자는 진화론에 의할 경우 18살이 먼저 구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구요. 님이 진화심리학적으로 해석했다고 하는 것은 사실 진화심리학적인 해석이 아닌 것이죠. 진화심리학적으로는, '여인과 아이는 보호되어야 한다'일 뿐이지, '여인과 아이가 번식률 높은 인간보다 먼저 구조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아닙니다. 만약 '여인과 아이가 번식률 높은 인간보다 먼저 구조되어야한다'가 진화론적 입장이라면 마음의 기원에서 1세의 구조가 18세의 구조보다 우선하는 이유에 대해 쉽게 해석할 수 있었겠지요. 사바나의 초식동물의 경우, 번식력을 가진 어미가 자식의 생존을 위해 포식동물에게 대신 잡혀 주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어느 초식동물 무리도 포식자의 등장을 보고 자진하여 번식력 높은 수컷들을 제물로 바치지는 않습니다. 물론 타이타닉의 예가 그렇게 적절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인간 사회에서는 18살보다 1살이 구조되는 일은 허다하게 발견됩니다.

      저는 진화론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화론을 인정합니다. 다만 진화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언젠간 설명될테니' 모든 분야에 대해 해석을 시도하겠다는 입장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저는 몇가지 분야의 진화심리학적 가설에 대해 그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고요.

      섹스의 문제에 대해서,, 그럼 2세 없는 섹스, 동성애, 최근 2세를 입양해서 혼자 키우는 추세, 출산율의 현저한 감소 추세 같은 것에 대해 진화론이 내놓을 수 있는 해답은 '섹스는 원래 진화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 정도밖에 없는 것이죠? 그렇다면 진화적, 유전자적 부름을 거역하면서까지 인간이 근접인에 몰두하는 이유는 진화론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의 반증이 되겠지요? 진화론적으론 근접인이 궁극인을 압도할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이때 다른 해석의 틀이 등장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프로이트가 되었건 라캉이 되었건 니체가 되었건 혹은 다른 이론이 되었건 말입니다.

      나방의 문제에 대해서, 저는 근접인이 궁극인을 압도하는 것을 제가 발견했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근접인에 의해 궁극인이 광범위하게 압도당할 경우, 그것을 '진화적인 상황'으로 볼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죠. 그리고.. 나방의 경우에는 그들의 의지로 근접인만을 택하고 궁극인을 억압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건 단순히 환경적, 진화적 문제에 봉착한 것이지요. 인간은 능동적으로 근접인만을 택하면서 궁극인을 배척하고 있습니다. 좀 다른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제 결론을 말하자면, 인간은 진화에 종속되지 않았다, 이제 인간은 진화를 제어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진화를 제어하기 시작한 상황과 그 심리는 더이상 진화심리학으로 해석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1. 잘 읽었습니다 ^^

      1. 패스입니다 ^^

      2.1. 유전자의 이익이 개체의 이익과 상충하는 지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셨습니다. 그 점은 진화심리학(혹은 진화생물학)의 문제점이라기 보다는 (현재 진화생물학계에 널리 수용된 이론인) 유전자선택론(혹은 포괄적응도이론)에 의해 잘 설명되고/이해되는 부분입니다.

      2.2. 친족에 의한 유아 살해 문제에 대해서는 뭔가 혼동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쓰신 글에서는 "번식가능성이 높은 연령일수록 부모에 의한 살해율이 떨어지는 반면 타인에 의한 살해율이 높아지는 결과를 (Buss는) 설명이 필요한 이상 현상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Buss가 이상하다고 말한 것은 그게 아니라(이 부분은 예측과 정확히 일치하므로) 도움을 받지 않으면 친족들이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도와줄 단 한 명을 선택하라는 문제에서 "17세 보다 유아를 먼저 구하겠다고 대답하는 경향"이 이상하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첫번째 글에서는 옳게 인용하셨는데 두번째 글에서 약간 혼동하신 것 같아요.

      그리고 제시하신 대안적 설명에서 "17세 이상은 사회 활동이 증가한다", "사회 활동을 하다가 살해에 이를 정도의 적의적 관계를 맺는 경우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있다" 등 각종 근거를 들고 계시는데, 이것은 답이라기 보다는 설명이 필요한 또다른 질문들입니다. 즉, "왜 17세 이상이 되면 사회 활동이 증가할까", "왜 사회 활동을 하면서 극단적으로 적의적인 관계를 맺는 경우가 종종 생길까", "왜 친족보다 타인이 더 살해욕을 느끼는 걸까" 같은 질문들에 대한 궁극인을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선 글에서 말씀드렸지만 모든 것을 진화심리학적으로만 설명해야 한다는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다만 어떠한 현상에 진화심리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 부분이 있으면 그에 따라 실험을 하는 것이고, 예측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이건 설명 못해"라고 단정하는게 아니라 실험을 이리저리 바꿔보는거죠. 그런 과정에서 학문이 발달하는 것이니까요. "이건 설명 못해"라는 단정을 하려면 "설명 못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근거나 실험"이 필요한게 아닐까요?

      진화심리학자들이 동성애, 자살 등의 문제를 잡고 늘어지는 까닭은, 동성애와 자살과 같은 문제들이 "진화심리학적인 설명이 필요한" 문제인데(왜냐하면 이러한 현상들이 시대와 문화권을 초월하여 두루 존재하는 인류 보편적 현상들이기 때문에) 아직 그렇다할 답이 안나왔기 때문입니다. 아무 문제나 진화심리학적인 설명을 들이미는 것도 아니고, 설명하기 좋은 문제에만 설명을 시도하는 것도 아닙니다. "설명이 되어야 하지만 아직 되지 않은 문제"들을 붙잡고 씨름하는 것이죠. 이 점이 창조론 등의 사이비 과학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입니다. 무엇을 설명할 수 있고, 무엇을 설명할 수 없는지에 대한 틀이 있고, 설명해야 하는 문제인데 아직 설명하지 못한 그러한 난제들도 존재하고, 이런게 건전한 이론 아닌가요?

      3. "... 그럼 EEA에 의한 적응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의 행동/심리가 진화심리학으로 적절히 설명된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컨대 피임기구에 의해 인간이 섹스만 하고 생식을 하지 않는 경우, EEA에 의한 시차 때문에 여전히 즐겁다. 라고 해석만 하면 끝이라는 겁니까? 이것이 끝내 인간의 섹스로 인한 생식이 사라지고, 인공 수정에 의한 생식만이 남게 된다고 할 경우, 역시 진화심리학적 '근접인'으로 설명이 가능하니까 진화심리학적으로 옳다는 것입니까? ..."

      많은 분들이 이와 비슷한 오해를 하시는 것 같아요. 우선, "진화심리학적으로 적절히 설명된다"라는 것의 의미를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적절한 설명이란 "도덕적으로 옳은 설명"도 아니고, "개체의 모든 행동이 유전자의 이득을 높여주는 것임을 보여주는 행동" 또한 아닙니다. EEA에 대한 적응, 현대 사회와의 차이 등으로 인해 과거에는 적응적이었으나 현대 사회에서는 전혀 적응적이지 못한 많은 행동들이 존재하고, 이러한 행동들이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존재하는 이유 등을 설명하는 것이 진화심리학적인 "적절한 설명"인 것이죠.

      4. (원서는 450페이지 정도입니다. 말씀하신 내용이 나오는 곳이 230 페이지 ^^) 하나의 실험 결과가 예측과 빗나갔다고 해서 "이것은 진화심리학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선언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진화심리학의 장점에 대해서는 저 같은 사람도 쉽게 얘기할 수 있지만, 그것의 단점에 대해 혹은 한계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정말 깊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함부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할 주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5. 동물의 행동과 심리를 완벽히 설명한다고 하셨는데 여기에서 "완벽히"가 "결정론적"이라는 뜻이라면, 어떠한 동물의 행동에 대해서도 완벽히 설명하는 이론은 없습니다. 특히 "완벽한 설명"의 "설명"이 "예측"을 포함하는 의미라면 동물의 행동 뿐 아니라 어떠한 것(이를테면 돌덩이, 기체, 원자)에 대해서도 그러한 이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완벽히"의 수준을 "결정론적"에서 상당히 끌어내리면 아주 단순한 동물들의 행동에 대해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을 뿐입니다. 예를 들면 곤충의 날개짓이라거나,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의 행동 같은 것들을 간신히 설명할 수 있을 뿐이죠. 인간은 X(x = 언어, 큰 두뇌, 이족보행, 복잡한 사회, ...)를 가졌기 때문에 다른 짐승들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류의 설명은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특히, 문자로 인한 언어의 발달, 그리고 그로 인한 본질적 차이로 인해 진화심리학적 접근이 힘들다는 주장은 더욱 수용하기 힘든데, 인간이 문자를 쓰기 시작한 것은 진화적 변화를 일으킬만큼 오래되지 않았고, 문자로 인해 인간 개체의 언어 사용(language performance)이 향상된 것은 개체 수준의 향상이 반복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 그리고 제가 추천해드린 자료들은 마지막의 논문들 빼고 모두 번역서가 있고 지금 읽으신 Buss의 책에 비해 훨씬 읽기 쉬운 대중서들이랍니다.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라캉 같은 프랑스 철학에 비하면 정말 술술 읽을 수 있을거예요.

      2.2 제가 무엇을 혼동하고 있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제글이 '혼동되게' 읽혔는지는 모르겠지만, 버스가 이상하다고 여긴 것은 '17세보다 유아를 먼저 구하겠다고 대답하는 경향'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 입각해서 계속 글을 쓰고 있구요. 그리고 그 아래에 말씀하시는 건 정말 이해를 못하겠네요. 17세 이상이 사회활동이 증가한다.가 아니라, 인간 사회의 특성상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접촉이 많아지는 것은 널리 알려진 상황 아닌가요? 동물 사회에 있어서도 개체가 성장함에 따라 사회적 관계가 확장되죠(예컨대 사자의 경우 어미의 양육에서 벗어나 점차 사냥 기술을 익히고, 독립에까지 이르게 되는 동안 사회적 활동과 마찰은 증가해 가죠).거기에 또 해석이 필요하다면 필요하겠지만 저는 그게 지금 이 상황에서 왜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사회 활동을 하면 왜 적의적 관계가 종종 생길까'는 진화론으로 이미 설명되는 것 아닌가요? 사회에선 인간간의 관계에 따라 개체가 유전자의 전승을 방해받는 상태에 놓이게 되고, 따라서 이것은 적의적 관계를 낳겠지요. 부족간의 전쟁 같은 경우도 진화론에서 설명하고 있지 않나요? 다시 말하지만 저는 이런 해석이 이 논의에서 왜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쉽게 말씀 드려보죠. 버스는, 친자 살해율이 아이의 연령이 높아감에 따라 낮아지는 이유로 아이의 '힘의 증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많으면 그 아이가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안'죽인다고 생각하는거죠. 이건 정말 잘못된 생각입니다. 아이에게도 진화론에 따르자면 유전자적 요구가 있고, 생존하려는 의지가 있습니다. 아이가 죽고 안죽고가 부모의 손에만 달린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아이는 점점 힘이 증가함에 따라 자신을 죽이려는 부모로부터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이건 단순히 버스의 논의 속에서 제가 반론을 제기한 것이고요, 이것 말고도 '살해의 용이성'이나, 자식이 부모의 도움 없이 자립할 수 있는 '자립성'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관적(여기에도 태클 걸 수도 있겠지만)으로 보더라도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데 그 아이가 번식률이 높은지 안높은지가 고려 대상이 안될 것이라는건 뻔하지 않습니까? 부모 입장에선, 그 아이가 부모의 삶에 방해가 되니까, 그 아이가 부모와 적의적 관계를 맺고 있어서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기에 죽이는 것일뿐이라고 저는 생각하는거죠. 아이의 나이가 많아지면 죽이기도 힘들뿐만 아니라, 독립 가능성도 높아지기에 죽일 필요가 없게 되는거죠. 아이를 죽이기로 결심한 상황에서 '번식률'이라는 인자를 도입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대체 어떻게 설명을 더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저는 버스의 가설이 옳지 않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 실험이 '번식률을 중요시하는 인간의 심리'를 해명해 주지 못한다는 겁니다. 저는 인간이 번식률을 중요시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와 이 실험은 관계가 없다, 이 실험의 결과는 진화심리학적으로 이해될 수 없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답글에 답글이, 또 답글이 달리고 있는 이 상황을 저는 권력의지 차원에서 이해합니다. 님은 제가 진화심리학으로 해석하지 못할 거라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 진화심리학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입장이고, 저는 그것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진화심리학적 측면에서 제 반론에 대해 재반론을 가할 수 없는 상황이구요. 하지만 제 반론이 영구적으로 부정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증명할 수 없죠. 여기에 님이 태클을 걸고 계신 거고요. 다시 말하지만 저는 동성애, 자살 등의 문제가 진화심리학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진화심리학적, 유전자적 힘 외에 다른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 힘은 진화심리학이나 유전자적 차원으로 환원될 수 없는 것이 되겠지요. 님은 동성애와 자살 같은 문제가 시대와 문화권을 초월해 인류에 보편적으로 존재하기에 그것은 진화론으로 설명이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하시는데요, 저는 그것이 왜 '되어야만' 하는지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근본적으로 진화론에서 벗어난, 진화론을 거부한 움직임을 진화론으로 설명하려는 것이 말이 안된다고 느낍니다.

      3. '적절한 설명'에 대해서. 저는 제가 의문을 제기한 문제들에 한해서 그것이 존재하는 이유가 '진화심리학적'이지 않고 진화심리학에 포획될 수 없다는 입장이고요, 따라서 진화심리학적으로는 적절한 설명이 나올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4. 왜 제가 '이것은 진화심리학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 못하나요? 저는 여기에 다른 힘이 개입하고 있고, 따라서 진화심리학적인 설명엔 한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진화심리학자의 해석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밝히고 있고요. 나올 것 같지도 않지만, 진화론자의 다른 해석이 만약 나온다면, 저는 거기에 대해 다시 반론할 수 있습니다. 구조의 문제에 있어 개입하고 있는 힘은 제가 보기에 도덕이나 휴머니즘이기 때문입니다.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 약한 것은 아름답다'라는 도덕적인, 휴머니즘적인 힘이지요. 저는 이것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바라보는데요(유전자적, 진화론적으로도 타당하지 않죠), 하지만 이런 인식이 사회에 깔려 있는건 사실이지요. 18살보다 1살이 먼저 구조되는 이유에 대해 부연해 보죠. 18살을 먼저 구하지 않는 이유는, 인간이 유전자 보존을 그리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겐(저의 입장은 반대입니다) 유전자보다 도덕, 사회적 가치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이건 진화론적 상황이 아닙니다. 진화론이 인간 사회에 압도당한 상황이지요. 이걸 어떻게 진화론으로 풀 수 있을까요? '도덕이 진화적으로 발생했으니 모든 도덕은 진화론적이고, 따라서 그것은 진화적으로 이해된다.'라고까지 말씀하신다면 전 이제까지의 모든 논의를 폐기하겠습니다. 이런 식이면 진화심리학적인 모든 실험은 사실 필요가 없는 것이죠.

      5. '완벽히'에 대한 비판은 말꼬리 잡기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저는 앞에 '거의'라는 말을 붙여 놓았습니다.

      문자에 대해서. 그것을 수용하기 힘든 것은 님의 입장일 뿐입니다. 저는 그것을 진화론적으로 인정해달라고 말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진화의 차원을 벗어났다고 말하면서 진화론적으로 인정받아야 할 이유는 없지요.

      제가 자살과 동성애 같은 문제가 진화론으로 이해될 수 없다고 보는 이유에 대해 좀 더 말씀드리죠. 자살과 동성애의 경우엔 유전자를 후대로 계승할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진화론적인 입장에선, 이런 유전자들은 자연도태되겠지요. 그러나 현대는 어떻습니까? 그들은 2세를 생산하지도 않는데도 불구하고 점점 더 규모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유전자외적인' 힘에서 찾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 힘은 진화를 거부하고 제어하면서 사회내에 존속되고 있으며 강화되고 있습니다. 대체 이 힘을 어떻게 유전자적 차원으로 환원시키겠다는 것인지요?

      님과 저의 견해는 많은 부분에서 합치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특정 분야에 대해서 진화심리학이 답을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이고, 님은 제가 언급한 특정 분야에 대해서도 진화론이 해답을 내놓으리라는 입장이지요. 인류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심리/행동은 진화심리학적으로 해석이 '되어야만'한다고 말씀하시는데요, 저는 '되어야만'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님과의 대화가 이제 소모적인 차원으로 돌입했다고 여겨지는 지점이지요.

      -추천 도서들은 기회가 되면 꼭 읽어 보겠습니다. 현재로선 리차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만들어진 신'에 흥미가 있고요.

    1. 그냥 재미있는 주제를 놓고 대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 글이 좀 공격적으로 읽혔다면 제 잘못입니다. 뭐 싸우자거나 말꼬리 잡자는 의도는 아니었어요. 사과드리겠습니다.

      저도 저희 둘 사이에 별 견해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 즐거운 독서/사색 계속 하시기 바랍니다. 비슷한 관심사가 있으니 다음에 또 대화할 일이 있겠지요.

      (글이라는 것은 참 한계가 많은 것 같아요. 직접 만나서 얘길 했으면 기분 상하게 해드릴 일도 없었을테고, 대화에 소요되는 시간도 훨씬 단축되고 했을텐데 말이죠)

      그럼,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사과까지야.. 제가 님의 글을 공격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생각하셨다면 제가 반론한 글에 대해서도 공격적인 인상을 받으셨겠네요. 저도 그 점에 대해서는 사과드립니다. 저는 다만 논의가 좀 소모적으로 흐르고 있다고 느꼈을 뿐이에요^^;
      전 진화심리학을 굉장히 유용하다고(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전 니체주의자라면 니체주의자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보통의 니체주의자들(니체를 포함한)은 진화론을 배격합니다. 진화론이 헤겔적 냄새를 풍기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저는 진화론이 '인간이 진화론에 의해 어느 특정한 단계, 이데아적 단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니체는 인간이 왜 유전자적 부름을 거역하고 있는지에 대해 계보학적인 해체를 하고 있고, 이 때 진화심리학적인 이해가 도움이 될 수도 있겠죠. 니체가 말하는 위버멘쉬를 설명하기 위해선 진화심리학적인 접근도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는건 개뿔도 없으면서 너무 거창하게 말하고 있네요;; 전에 쓴 글에서도 이 지점에서 말을 못잇겠다고 했구요(왜냐? 무식하니까)..

      그러게요.. 글로 대화하려니 힘드네요. 이래서 플라톤이나 라캉이 말보다 글을 싫어한 것인지도;;
      (데리다는 그거나 그거나 똑같다는 입장이지요<=저도 이 입장과 비슷하긴 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1. 지나가다가 글을 남깁니다. ㅎㅎ
      동성애와 자살이 진화론으로 설명이 '불가능' 할거라고 말씀하신 근거가 동성애와 자살이라는 성향이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게 계승할 가능성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진화론적으로 생각하면 이런 유전자는 자연도태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사실 아직 진화심리학 내에서도 동성애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나와있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진화의 단위가 '개체'가 아니라 '유전자'라는 것입니다(이미 강규영님께서 지적하신 것이지만요). 다시 말해서 어떠한 성향이 특정 개체의 유전자를 후대에게 계승할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해도, 그 성향이 특정 개체의 유전자를 공유할 가능성이 많은 사람들(ex.친족-부모의 경우1/2, 사촌의 경우는 1/4)의 번식에 이롭다고 하면 그 성향은 진화할 가능성이 많다고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대표적인 예가 일명 '혈연선택Kin Selection'인데요. 제가 버스의 마음의 기원(아마 원서는 evolutionary psychology죠?)을 읽어보지 않아서 저 개념이 나와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유전자선택을 기반으로한 진화의 개념을 설명한 책이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입니다.(사실 이기적 유전자는 번역본보다는 원서를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ㅠ_ㅠ 워낙에 오역이 많아서요)
      혹시 제가 이미 알고 계시는 부분을 지적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몇 질문이 '유전자선택에 의한 진화'라는 개념을 아시고 나면 대답이 될 것 같아서 감히 나서봅니다.

      제가 이 블로그에 남긴 진화심리학에 관한 글 두 개와 리플들을 잘 읽어 보셨다면 제가 유전자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진화의 단위가 유전자라는 것은 주지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진화심리학계에서 자살을 포괄적 적응 이론으로 풀려는 시도도 언급했고, 그것의 오류도 말한 적 있습니다. 저는 자살의 경우 오히려 자신의 유전자 일부를 공유하고 있는 친족들이 적을 경우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거나, 친족의 수와는 무관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니까 저는 결국 세상에 홀로 던져진 존재일수록 자살의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그것은 그가 가진 유전자의 계승을 훨씬 더 힘들게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거죠. 물론 객관적 실험 결과는 없지만 이거야 하기만 하면 뻔한 결과일테고요. 진화심리학자들이 이 쉬운 실험 결과를 그들의 가설에 동원하지 않은 점이 그 실험이 실패했음을 반증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님이 말씀하시는게 포괄적 적응 이론인 것 같은데 아니면 말씀해 주십시오.

      자살의 원인은 현대에 있어 굉장히 다양합니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하는 자살도 있고, 애인과 헤어져 하는 자살도 있고, 배우자가 죽어서 하는 자살도 있고, 최근 연예인들의 자살 처럼 우울증 때문에 일어나는 자살도 있죠. 현대인은 자신의 유전자를 계승할 능력이 풍부해도 자살을 합니다. 선진국에, 복지국가의 전형이라 불리는 서유럽의 경우 자살율이 높은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요.
      이런 다양하고 복잡한 자살의 정황을 목격하고도 그것을 진화심리학으로 풀 수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하십니까?

      저는 지금도 충분히 개체보다는 유전자적 차원으로 진화심리학을 이해하고 있고요, 이기적 유전자는 읽을 계획입니다. 원서는 영어가 달려서 못읽고요. 그리고 마지막에 유전자적 차원으로 접근하면 대답이 될거라고 하시는데, 그 대답을 해주세요. 저는 도저히 대답을 못찾겠습니다. 사실은 유전자 차원과 함께 유전자외적인 차원을 함께 고려하여 제 나름대로는 거의 대답을 찾고 있습니다만..

    1. 아 제가 글을 워낙 속독; 하느라 오해를 했나 봅니다.ㅎㅎ 요즈음 진화심리학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는데 사람들이 그 원리;를 잘 공부하려고 하지 않고 그쪽에서 많이들 오류를 저지르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오지랖-_-을 펼쳤나 봅니다. 제대로 읽지 않은 것 사과드릴께요.
      저는 자살/동성애가 진화심리학으로 설명된다기 보다는 유전자적인 관점에 대해서 강조를 하고 싶었던 건데, 오해가 되었나 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자살이 적응인지 부산물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진화심리학자들도 자살과 동성애에 대해서는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죠. 자살율이 점점 '증가'하는 것은 사회적인, 복잡한 원인이 개입을 할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살' 이라는 현상 자체가 '복잡'하다고 해서 그걸 진화심리학으로 풀수 '없다'고 하는건 다른문제라고 생각해요. 자살이 진화론적으로 '적응'이 아닐 수도 있지만, 진화론적으로 '적응'인 어떤 형질들에 의한 '부산물'일 가능성은 있죠. 현대의 자살은 복잡한 원인을 가지고 있는게 사실이지만, 인간 뿐만 아니라 영장류, 다른 동물종들도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진화심리학자들은 그래서 그걸 진화적인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기본적으로 진화심리학에서는 어떤 현상이 인류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면 그것이 진화적인 적응이나 적응된 형질에 의해서 나타난 부산물일 거라고 생각을 하죠. 어떤 현상을 설명하는 가설- 적응/부산물의 여부, 진화적으로 어떤 장점이었는지의 여부-이 틀렸다고 해서 그 현상을 진화심리학으로 아예 분석/설명할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아요. 분명 인류 모두 - 복잡한 현대 문물을 가지지 못한 여러 인종, 민족까지도 - 가지고 있는 보편적 특징이라면, 뭔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게 당연하지 않겠나요? 하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의 의견 차이는 말씀하신 것처럼 '소모적'인 것 같아서 줄입니다.
      제가 말씀드렸던 몇 질문은 동성애/자살 관련 부분과 진화심리학으로 설명 불가능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아직 어린 학생이라 많이 서투른데 대답 잘해주신 점 감사합니다. 좋은 질문덕에 공부 많이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책은 몇권 안읽었지만 진화심리학 빠돌이라면 빠돌이입니다. 정말 획기적인 이론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진화심리학자들이 허술하게 가설을 세우고 허술하게 연구하는 점이 못마땅해서 비판한 것이죠. 인류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특징을 왜 굳이 진화심리학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저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제 나름의 생각을 좀 말해 볼까요.
      인류의 보편적 특징을 '모두' 진화심리학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이유는, 인류가 동물과는 달리 유전자의 맹목적 부름(너는 생존해야 한다, 너는 자식을 낳아야 한다)을 인식(진화론이 나오기 전부터)하고 있고, 그것의 허망함(사람은 누구나 죽고, 내 자식은 비록 내 유전자를 갖고 있지만 '나'는 아니며, 결국 내 자식도 죽을 것이며, 세월이 흐르면 '나'는 물론 '내 유전자' 또한 희미해질 것)을 알고 있으며, 유전자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자신(자아)을 절단해 내고 개별화시켜 스스로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특징 중에는 '유전자적 부름'에 대한 반발이나 무시로 인해 발생하는 심리/행동이 많습니다. 저는 그런 분야에 한해서 진화심리학만으로는 해답을 내놓기 힘들다고 봅니다. 어느 사랑하는 남녀의 심리를 '사랑'으로 분석해낼 수는 있지만, 떠나간 연인의 심리를 '사랑'으로 분석해낼 수는 없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사랑외적인 힘이 사랑보다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현대 사회가 유전자의 힘 말고도 다양한 힘들의 종합에 의해 운영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진화심리학으로 명쾌히 해석된다고 보여 지는 심리/행동에 대해서도 '그것만은' 아니다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사람이 자식을 낳고 싶어 하는 것은, 물론 진화심리학적으로 완벽히 이해된다고 보여지죠. 그러나 여기에는 유전자외적인 다른 힘들이 서로 상호작용한 결과, 그것이 유전자적 힘의 방향과 일치하였거나, 혹은 서로 상쇄되어 유전자적 힘만이 남았다고도 해석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노후 대비용으로 자식을 낳을 수도 있고, 누군가로부터 이해받고 싶음의 연장으로 자식을 낳을 수도 있고, 사회적 인정(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사회적인 흐름이므로)을 위해 자식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그 반대편엔 돈이 없어서 자식을 낳기 싫어하거나, 인간의 삶 자체가 허무다고 인식해 자식을 낳지 않을 수도 있고, 뭐 다른 이유들이 있을 수도 있겠죠. 인간 세계에는 이런 저런 복합적인 심리들이 상호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잘한 심리들을 큼지막하게 묶으면 프로이트의 초자아 이론이나 라캉의 대타자 이론, 니체의 권력의지 같은 거대한 흐름들이 생겨나죠.

      제가 주장하는 것에 대해 약간의 도식화를 시켜 보면,

      (A (B) C)

      표현이 힘든데, 흔히 집합 처음 배울때 나오는 그 그림 생각하시면 됩니다. A와 B를 포함한 원이 하나 있고, B와 C를 포함한 원이 하나 있겠죠. 그 둘의 교집합이 B입니다.

      A에는 유전자적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 것들이 들어갑니다. 이를테면 순수한 식욕, 배설욕, 성욕이나 어두운 물체를 보고 본능적으로 공포감을 느끼는 것 같은 것들이 되겠죠.

      B에는 현재 진화심리학계에서 다양하게 접근중인 현상들이 들어갑니다. 이것은 물론 진화심리학으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지만 다른 다양한 힘들도 함께 존재하고 있으며 그 힘들의 종합이 진화심리학적 해석과 그리 어긋나지 않습니다.

      C에는 진화심리학으로 해석될 수 없는 현상들이 들어갑니다. 그 힘은 C에만 단독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B에도 충분히 작용하고 있지만 유전자적 흐름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에 (진화심리학자들에게)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C에 제가 말한 자살, 동성애, 종교, 예술같은(모든 자살 동성애 종교 예술이 여기에만 포함되는 것은 아닙니다)것들이 들어 갑니다.

      B와 C를 포함하는 제2의 원은 A와 B를 포함하는 제1의 원(유전자적, 진화심리학적)과는 달리 하나의 힘으로 통합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사회와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되고 변화합니다. 예를 들면 조선시대로 돌아 가서, 강에 주인과 자신의 아버지가 빠졌다고 할때 머슴은 누구를 구할까요? 그는 어쩌면 아버지보다는 주인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첫날밤도 치르지 않았는데 과부가 된 여자가 있다고 할때 그녀는 재혼을 할까요? 그녀는 어쩌면 자신의 유전자가 1%도 섞이지 않은 시댁에서 평생을 수절하며 보낼지도 모릅니다. 이런 시대-사회적 힘(초자아적이거나 대타자적인)들이 서로 무수히 이합집산합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인류에게는 분명히 유전자를 거부하거나 제어하려는 유전자외적인 힘이 작용하고 있고, 그것들은 진화심리학으로 환원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진화심리학이 아무리 자살이나 동성애 예술 종교 같은 것들을 유전자적 차원에서 해석해낸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유전자적인 방향성을 가진 자살 동성애 예술 종교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유전자외적인 방향성을 가진 것에 대해선 해석을 할 수 없고, 따라서 진화심리학적인 해석은 '완전한' 해석이 될 수 없습니다. 진화심리학계에서 C 분야에 대해 진화심리학적으로 '완전한' 해석을 내 놓으려 하기 때문에 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고, 친족들이 자신을 부양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경우의 자살에 한해서 포괄적 적응 이론은 힘을 발하는 것입니다. 우울증에 의한 자살의 경우엔 프로이트의 타나토스(죽음충동) 이론이 유리하겠죠. 그런 식으로 세분화시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도 이런 이의제기 덕분에 많은 생각을 해 보네요. 저도 감사합니다^-^

    1. 아,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직 진화심리학이 그다지 오래된 학문이 아니라 여러가지 접근해 보면서 약간 시행착오적으로 다듬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저도 잠자던잠자님의 질문을 읽고 제가 당연하게 가정했던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회의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진화심리학자들이 유용한 툴을 허술한 가정과 논리로 잘 써먹지 못하는건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아직 몇년 안됬으니, 앞으로 나아지리라 생각합니다만, 그쪽 박사분 말을 들어보면 미국에서 진화심리학 하는 학생들이 심리학 전공에 진화에 대해선 교양서 수준으로, 피상적으로 밖에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더라구요. 앞으로도 책 읽으면서 많이 포스팅 해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정신분석학이나 철학쪽은 많이 몰라서요. 정말 많이 배우고 갑니다. ㅎㅎ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에도 진화심리학 쪽으로 공부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고, 저도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진화심리학이 더 좋은 학문으로 성장하길 바라 봅니다.

      포스팅은.. 저 또한 정신분석이나 철학 쪽의 지식이 한없이 일천해서 부끄러울 따름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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