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가즘

from 소요유 2007. 12. 6. 18:17

주말에 마산 다녀 오면서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 비스무리한게 생겼다. 표면적으로는 고작 앞바퀴 타이어 사이에 흙이 들어가서 바람이 샜던건데, 그래서 차도 거의 멀쩡하고 몸은 더더욱 멀쩡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예전같지 않다. 어쩌면 별 것도 아닌 것에 어쩔 줄 몰라 했던 내 모습이 공포스러웠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나는 눈앞으로 달려들던 가로등이나 흙더미, 반응하지 않던 브레이크, 끊겨 버린 길, 사방의 암흑과 적막감보다는 거기에 놀라던 내 모습이 시시때때로 기억나는 것이다. 젠장할 정말 공포스럽다. 하여튼 내 인생은 꼭 그럴 것 같은 것은 꼭 그렇게 된단 말이지. 그래서 꼭 그럴 것 같게 혹은 꼭 그렇지 않을 것 같게 만드는게 중요하단 말이지.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엄청 피곤한 노릇이지..)

그날 밤 오들오들 떨었던 탓인지 감기에 슬쩍 걸렸다. 분명히 걸린건데 또 딱 걸린 것 같지도 않은 이상한 상태. 약을 바로 챙겨 먹어서 그런가. 보건소에 있으니까 약(한약) 맘대로 먹을 수 있어서 좋다. 한의원 차리면 더 맘대로 먹을 수 있긴 하겠다. 약효도 더 좋은걸로다가.

대선판 보고 있으면 토나온다. 이런 저런 말 많이 쓰기도 싫다. 걍 토나온다. 웩.

이런 저런 상황이다. 요즘은 몸과 마음을 좀 추스리면서 김치 치즈 스마일이나 보고 있다. 1회부터 다 다운받아서 보는데 정말 재밌다. 연지 최고+_+ 근데 다리가 좀 짧은듯(원더걸스 선예도 좀 짧다) ㅋㅋㅋ. 원스도 드디어 봤고(킹왕짱!! 디워 보고 분노를 참기 힘든 사람에게 추천) 오랜만에 다시 스타에 버닝하고 있기도 하다. 감기도 있고 춥기도 해서 아침 조깅도 못하고 있다. 그냥, 이렇게 지내는 것도 나름 좋다. 거의 타나토스적인 기운에만 매여 있는 기분. 실제로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 같은 걸 프로이트는 타나토스 이론으로 설명했었다. 감기 다 나을 때 쯤이면 다시 에로스로 충만한 삶으로 복귀하겠지. 나는 오르가즘이 에로스가 타나토스로 전환되는 순간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마찬가지로 타나토스가 에로스로 전환될 때도 오르가즘이 있는 것 같다. 전자는 가을의 기운, 후자는 봄의 기운? 조쿠나~ 극즉필변이랬다구. 섹스는 결국 오르가즘을 향해 나아가고, 그리고 오르가즘 끝에는 소멸과 가라앉음이 있다. 그것은 곧 타나토스를 의미한다. 섹스를 통해 에로스는 극대화되지만 오르가즘을 통과하며 그것은 타나토스로 전환된다. 진화심리학에서도 오르가즘을 통해 남자와 여자는 노곤하고 편안한 상태가 되어 수정란을 수태하고 영양하기 쉬운 상태로 돌입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부모는 자식, 즉 에로스의 덩어리를 수태, 출산함과 동시에 스스로는 그 만큼 타나토스와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에로스에서 타나토스로의 전환에 오르가즘이 있다면 반대로 타나토스에서 에로스로의 전환에도 오르가즘이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출산의 순간에 어머니와 아이가 모두 오르가즘에 도달한다든가 하는. 식물의 떡잎이 땅을 뚫고 솟구칠 때, 아프락사스의 새가 알을 깨는 그 순간, 태양이 수평선과 몸을 맞비비며 떠오를 때에도. 에로스와 타나토스는 오르가즘을 통해 서로 전환되고 순환되는 것이 아닐까. 우왕 음양오행스러운데; 그럼 오르가즘은 토(土)? 암튼 그 오르가즘을 느끼며 당분간 좀 찌그러져 있어야겠다. 영주형이 추천해 주신 우엘벡 소설들도 냠냠 읽으면서. 주문은 했는데 언제 오려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Glen Hansard and Marketa Irglova - Falling Slowly (원스 ost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