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도 나았고.. 다시 테니스를 치고 있는데.. 그동안 스핀에 대해 생각했던 것들을 정리해 본다.




[1] 스핀은 어떻게 걸리는가?



스핀은 힘이 무게중심에 대해 어긋나게 작용할 때 발생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거겠지만, 무게중심과 어긋난 방향으로 힘을 줘야 공이 회전하게 된다.
1번 그림에서 A 스윙(궤적)은 보다 플랫한 공을, B 스윙은 보다 탑스핀이 많이 걸린 공을 만들어 낸다. 다만 B의 경우, 같은 힘을 들였을 때 A에 비해 직진성과 속도를 손해보게 된다.
A 스윙으로 1번 그림의 B와 같은 스핀을 내기 위해서는 2번 그림처럼 라켓을 약간 눕히면 되는데, 높은 공을 처리할 때 유용하다. 반대로 라켓면을 열고 스핀을 거는 기술은 탑스핀 로브에 사용된다.



[2] 탑스핀 공은 어찌하여 큰 낙차와 큰 바운드를 가지게 되는가?


베르누이의 정리(물리 잘 모름. 공통과학 수준으로 거칠게 적용)에 따르면 공 주위에도 공기의 흐름이 빠른 쪽엔 저기압이, 느린 쪽엔 고기압이 형성된다.
날아가고 있는 공의 아래 위로는 공기가 앞에서 뒤로 흐르게 된다. 그런데 이 공에 탑스핀이 걸려 있을 경우, 공 위쪽에는 역으로 회전하는 공 표면과 기류에 의해 상대적으로 공기의 흐름이 느려지게 되고, 공 아래쪽으로는 공기의 흐름에 일치하는 공의 회전과 기류가 더해져 상대적으로 흐름이 더 빨라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공 위쪽으로는 상대적 고기압이, 공 아래쪽으로는 상대적 저기압이 형성되어, 중력에 더해서 하강하는 힘이 더 강해진다. 이로 인해 같은 힘으로 플랫하게 쳤을 때보다 비거리와 속도(수평 방향)가 줄어드는 반면 하강 속도는 커져서 바운드는 더 높아지게 된다.



[3] 어찌하여 가는 게이지의 스트링이 더 많은 스핀을 유도하는가?


(1) 스핀은 '마찰력'과 관계한다. 앞서 스핀을 걸기 위해선 무게중심에 어긋나게 힘을 가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때 그 힘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임팩트시 공과 스트링의 미끄러짐을 최소화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임팩트시 힘이 일정하다고 가정할 때, 가는 스트링의 경우에 굵은 스트링보다 공과의 접촉 면적이 줄어들게 된다. 접촉 면적이 줄어들게 되면 단위 면적당 압력이 높아지고, 이는 마찰력을 증가시키게 되어 스핀 량을 증가시킨다. 이건 마찰계수는 동일하더라도 개개의 스트링에 수직항력을 증가시켜 전체 마찰력을 증가시킨다.

(2) 임팩트 순간 공에는 변형이 온다. 공 전체로 보면 납작해지겠지만 개별 스트링으로 보면 하나 하나가 공 속으로 파고들게 된다. 가는 게이지의 스트링이 공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고, 이는 역시 마찰력을 높여 강한 스핀을 발생시킨다. 이건 공 전체와 라켓 전체의 거시적 관점으로 볼 때, 가는 게이지의 스트링이 더 큰 마찰계수를 가지게 되어 전체 마찰력을 증가시키는 거라고 할 수 있다.

(3) 같은 소재의 스트링일 경우 가는 게이지의 경우에 탄성이 더 높다. 이는 임팩트 순간에 보다 강한 탄성력을 발생시키고, 이것은 직접적으로 파워를 증가시킴과 동시에 스핀을 증가시키는 경향을 가지게 된다. [5]번 항목에서 부연 설명.



[4] 탑스핀샷은 플랫샷에 비해 스트링 손상을 가속화하는가?

극단적인 플랫과 극단적인 탑스핀을 상정해 보자. 극단적인 플랫의 경우 임팩트 순간에 메인 스트링과 크로스 스트링이 마찰 없이 포개질 것이다. 반면 탑스핀의 경우에 메인 스트링이 움직이면서 (비교적 정지 상태의) 크로스 스트링과 강한 마찰을 발생시킬 것이다. 사실 작용 반작용 원리에 의해 메인과 크로스 스트링엔 동일한 힘이 가해지는데, 연직 방향의 충격이 손상을 가속화할 것인지 아니면 강한 마찰을 동반한 사선 방향의 충격이 손상을 가속화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건 아마도 소재와도 연관이 클 것 같은데, 다이아몬드만 해도 어느 한 방향으로 집중되는 충격에는 약하지 않은가. 스트링 회사에서 실험 많이 할텐데 연구 결과 좀 봤음 좋겠다.
다만, 적절한 비유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동일한 거리를 걸을 때 신발을 끌면서 걷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생각해 보면 끌면서 걷는 경우 신발이 훨씬 더 빨리 닳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또한 두 실을 마주대고 끊으려 할 때, 무턱대고 교차시켜 당기는 것보다 서로 교차시켜 비비는 것이 더 쉽다는 점도 알고 있다.
'경험적으로도' 탑스핀 구사율이 높을수록 스트링이 빨리 끊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반론도 있을 수 있으니 이쯤하고 넘어감.



[5] 스트링 텐션과 스핀의 상관 관계는? 


위에 올린 테니스웨어하우스 러닝센터(http://www.tennis-warehouse.com/LC/BasicFacts.html) 캡쳐 사진을 보면, 낮은 텐션이 강한 파워를 유도한다고 표기되어 있다. 낮은 텐션의 스트링이 더 큰 탄성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파워와 스핀은 매우 유의미한 관계를 지닌다고 보는데, [1]번 항목 '스핀은 어떻게 걸리는가?'에서 말했다시피 스핀은 무게중심과 어긋나게 힘을 줄 때 발생하고, 이때 파워가 늘어나면 자연히 스핀량도 늘어나게 된다. 물론 스트링의 재질에 따라 마찰력이 다를 수 있으므로 강한 파워를 내는 스트링이 무조건 강한 스핀을 생성한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같은 스트링의 경우 파워를 더 발생시킬 여건이 마련됐을 경우엔 당연히 스핀도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낮은 텐션이 강한 파워와, 강한 스핀을 유발한다고 할 수 있다.


[번외] 강성 라켓이 팔에 해로운 이유

강성 라켓이 강한 파워를 발생시킨다. 여기서 공이 강하게 나간다는 건 임팩트시 라켓 스윙에서 그만큼 에너지를 많이 뺏는다는 말이고, 스윙 초반에 비해 에너지가 많이 줄었다면 그만큼 라켓 스윙 속도 또한 감소했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같은 무게의 라켓으로 같은 스윙을 할 때, 강성 라켓의 경우 연성 라켓에 비해 임팩트 후 스윙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라켓(팔)의 속도가 임팩트를 기점으로 현저히 줄어든다는 건 그만큼의 충격량이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쓰고 보니 순환 논증의 오류 같기도 하다-_-)
연성 라켓의 경우 임팩트 후에도 스윙 속도가 별로 줄지 않을 것이고, 이는 공에 보다 적은 에너지를 전달할 것이다. 이것이 곧 '약한 파워'로 연결된다.


[2014.2.19 보충]

위에서 강성 라켓과 연성 라켓을 각각 가지고 같은 스윙을 했을 경우에 발생하는 충격량은 다른 것이 맞다. 그러나 테니스는 상대적인 운동이고,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같은 스윙'을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공'을 만들어내야 한다. 결국 연성 라켓을 사용하더라도 강성 라켓으로 만들어내는 공을 비슷하게 만들어내야만 한다. 이는 곧 같은 충격량을 '발생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강성 라켓을 사용하든 연성 라켓을 사용하든, 같은 아웃풋을 내기 위해선 팔에 비슷한 충격을 가하게 된다는 말일까?

 

결론은 아니다. 충격량은 동일하더라도 충격력에서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연성 라켓의 경우 강성 라켓보다 라켓의 휘어짐이 많고, 이는 임팩트 시간을 연장시킨다. 충격력은 단위시간당 발생하는 충격량을 의미하기 때문에, 인체에 가해지는 위해를 따질 때 더 적합한 지표가 된다. 이를테면 100kg짜리 짐을 한 번에 옮기려면 몸에 무리가 많이 가지만 10kg씩 10번에 나누어 옮기면 별다른 무리가 가지 않는 것과 같다.

 

대신 연성 라켓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스윙이 길고 정확해야만 한다. 장년층이나 여성들이 N3 같은 극단적 강성, 헤드헤비 라켓을 사용하는 이유는 스윙을 길고 정확하게 가져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강성 라켓은 임팩트 순간에만 면이 제대로 만들어져 있으면 순간적으로 공을 튕겨낼 수 있는 반면 연성 라켓은 임팩트 순간의 면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임팩트 순간의 전후로 긴 시간 동안 같은 면이 만들어져 있어야만 한다.

 

여기서 연성 라켓이 컨트롤에 용이한 이유도 짚고 넘어가 보자. 나는 컨트롤이라는 것을 '의도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아웃풋' 정도로 이해한다. 사람은 모든 공을 스윗스팟 가운데에만 맞출 수도, 의도한 파워로 칠 수도 없다. 그러므로 항상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공을 치게 되는데, 이 때 컨트롤이 좋은 라켓을 사용하면 그 오차가 적어지게 된다. 연성 라켓이 컨트롤에 용이한 이유는, 임팩트 순간이 길기 때문이다. 한 스윙을 12345로 분절시켜서, 강성 라켓의 임팩트 순간을 3에 한정시키고 연성 라켓의 임팩트 순간을 234로 한정시켜 보자. 플레이어의 의도를 가장 잘 반영하기 위해서는 전체 스윙 12345가 그대로 공에 전달되어야 한다. 그런데 3의 순간만이 임팩트에 반영된다면, 3의 순간에 라켓의 뒤틀림이 약간만 있게 되더라도 훨씬 오차가 큰 아웃풋이 발생하게 된다. 반면 연성 라켓처럼 234의 긴 시간이 임팩트에 반영되면 3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2와 4에서 보정하는 효과를 갖게 된다. 따라서 연성 라켓을 사용하면 보다 '플레이어의 의도에 맞는' 샷을 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또한, 연성 라켓을 포함해서, 덴스 스트링 패턴 라켓이 더 컨트롤에 용이한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는데, 인풋에 비해 아웃풋 파워가 적기 때문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강성 라켓의 효율을 80퍼센트, 연성 라켓의 효율을 60퍼센트로 상정해 보자. 그리고 플레이어가 공을 보내고 싶은 지점을 100~120 사이의 거리라고 정하자. 그러면 강성 라켓의 경우엔 125에서 150의 파워를 투입해야 하는 반면 연성 라켓의 경우, 167에서 200의 파워를 투입해야 한다. 강성 라켓의 인풋 파워 오차 허용 범위는 25이고 연성 라켓의 인풋 파워 오차 허용 범위는 33이다. 그러므로 파워가 적은 라켓이 상대적으로 컨트롤에 용이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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