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 김길태

from 소요유 2010. 3. 11. 11:27

강호순의 얼굴이 조중동에 의해 연달아 공개되었었다. 그 공개 이유를 보아하니...

교도소에서 나올 일이 없는데 재범 방지를 위한다는 건 개소리고,
경각심을 환기해서 범죄 발생률을 줄인다는 것도 범죄 통계에 의하면 개소리이거니와 '사이코패스'에게 경각심을 준다는 것 자체가 개소리고,
무슨 피의자에게 인권이 있냐면서 거품무는 애들에게는 피의자와 그 가족의 인권이 짓밟히면 피해자의 인권이 신장되기라도 하냐고 묻고 싶고,

그래 이거 하나 수긍하겠더라. 공분의 해소. 그게 도대체 얼마만큼의 공익에 기여했는지 나는 알 수 없지만..

전에 소말리아에서 사형 집행하는 사진을 봤거든. 목만 내놓게 땅에 묻어 놓고는 살인자의 경우엔 총으로 쏴서, 강간범의 경우엔 마을 주민들이 돌 던져서 죽이더라고.
바타이유 책 보면 중국의 백각형이라는 게 나오는데, 살아 있는 사람의 몸을 조각 조각 뜯어내서 죽이더라고.
삼국지를 보면 동탁을 목 베고 길거리에 몸통 던져 놓고 심지를 꽂아 불을 붙였더니 뭐 한 달을 탔다던가 하는 이야기도 나와.
내가 요새 미드 스파르타쿠스를 보고 있는데 적대국 병사로 분장한 검투사가 쓰러지니까 로마 시민들이 아주 몸이 달아서 '킬 킬 킬'을 외치더라고.
최초의 호른이었다는 놋쇠 황소 이야기도 있어. 놋쇠로 황소 모형을 만들어 놓고 내부에서부터 황소 입까지 관을 연결해 놓는 거야. 그리곤 사람을 놋쇠 황소 안에 집어 넣고 아래에서 불을 지피는 거지. 그러면 사람이 죽어가면서 비명을 지르고, 그 소리가 관을 돌고 돌아 황소 입으로 나오면서 소 울음소리로 변했다는 거야.

뭐 그게 다 공분의 해소 차원이 아니겠어? 어쩌겠어. 나는 잘 이해가 안되지만, 내가 그만큼 야만적인 사회에 살고 있다는 거니까 감내해야겠지. 그냥, 하나 묻고 싶은 건,, 저렇게 공분이 잘 해소되던 시절엔, 그 효과로 인해서 흉악 범죄가 자취를 감추었냐는 거지. 세상에 저렇게 끔찍한 형벌들을 보고도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을까? 나같은 새가슴은 잘 이해가 안되는데, 놀랍게도 형벌이 잔혹해질수록 범죄 방식도 잔혹해졌다는 거야. 이건 푸코의 책들을 보면 알 수 있어.

그래서 이렇게 묻고 싶은거야. 그대들은 과연 야만이 싫은가?

어제 김길태 얼굴이 공개됐어. 어쩌다가 YTN 생중계를 보게 됐는데 말이야, 아우 깜짝이야. 경찰서에 호송되는 도중에 얼굴이 바로 공개되더라? 뭐뭐뭐지;;;;;;;
김길태 용의자 신분 아니었어?
아, 피의자로 바뀌었다고? 어떻게?
DNA 검사 결과가 김길태와 일치한다고???
아놔 영화에서도 DNA 검사는 며칠 걸리던데 이건 뭐 여중생 사체 발견되자마자 일치??? 그래 가능하다 쳐.
김길태 DNA 확보는 언제 해놨었는데???
내 DNA도 이미 경찰 손에 들어가 있나? 이거 원 겁나서...
사실 이건 내 지식이 얕아서 잘 모르겠고.

웃긴 건 그거지. 사상 경찰서 앞에 모여 있던 수백 명의 사람들. 아 나 진짜 깜짝 놀랐네. 경찰들 엄청 배치돼 있더라구. 아니 근데 김길태 경찰서 안으로 들이려는데 시민이 뒤통수를! 주변에서 온갖 쌍욕을!!
아... 이다지도 정의로운 시민이 많은 우리 나라 좋은 나라.
장난쳐?
난 또 거기서 공개처형이라도 하려는 줄 알았네. 덜덜덜...
뒤통수 때린 시민 폭행죄 아냐? 현행범인데 체포 안하고 뭐하는 거?

강호순 얼굴 공개될 때 청와대에서 강호순 사건 적극 이용해서 용산 사태 덮으라고 보낸 문건 발각됐었잖아. 그리고 저번 조두순 사건 때는 또 얼굴 공개 안 됐었잖아. 이번엔 지네딴엔 피의자라지만 내가 봤을 땐 아직 용의자 신분이고, 이건 뭐 언론이 얼굴 공개한 것도 아니고 경찰이 친히 쌩얼을 공개해 주신데다가 시민의 손으로 뒤통수 가격까지 허용해 주시니...

아.. 길게 쓰고 싶다가도 그냥 이럴 때마다 나 혼자 열 내는 게 웃기기도 하고 왠지 병신같지만 멋있지도 않고... 그만해야겠다.

한 마디만 하자.
야만이 싫다면 야만을 거부하라는 거다.
당신들의 콜로세움을 허물고 사회를 좀 더 따뜻하게 만들라는 거다. 배고픈 사람을 먹이고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을 사랑하란 말이다. 제발 시민이면, 돌팔매질 대신 정치를 하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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