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론

from 소요유 2010. 2. 12. 11:27


저 멀리 프랑스에서 철학자 들뢰즈가 내세웠던 강도론이 극동의 반도 한국에서 정치인들에 의해 회자되고 있다. 아! 누가 한국의 인문학이 죽었다고 했던가.. 대륙 저편의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을 현실 정치에 접목시키려 노력하는 정치인들을 보라. 68혁명 때 미셸 푸코의 책이 빵집 바게뜨처럼 팔렸다고 하지만, 이 나라야말로 가히 철학책이 설날 떡집에서 가래떡 썰리듯 팔릴만 하지 않는가!

아 쏘리쏘리.. 强度 말고, 强盜였어??

"우리는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하고 있다. 잘 되는 집안은 싸우다가도 강도가 오면 멈추고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 - 이명박
"백 번 천 번 맞는 말씀. 그런데 집안의 한 사람이 마음이 변해서 강도로 돌변하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 박근혜

이명박이 능력도 안 되면서 비유적 표현 싸지르고 다니더니 박근혜한테 된통 당했지. 뭐 박근혜를 안 좋아하긴 하지만 저 발언은 꽤나 강렬했고 나아가 차기 대선을 결판지었다고까지 생각하고 있는데, 세종시 원안이 노무현의 작품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정신이 좀 아득해진다. 원래 노무현이 추진하려 했던 것은 세종시가 아닌 신행정수도였다. 그걸 기를 쓰고 반대하다가 급기야 '관습헌법'에 위배된다는 개소리까지 하면서 '세종시 원안'에 합의한 것들(친박계를 포함한 딴나라당)이 이제 와서는 원안이야말로 백년지대계라느니 하면서 박근혜를 밀어주는 꼴을 보자니...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야기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강도에 대한 열띤 철학적 논의는 계속 이어진다.

박근혜의 촌철살인에 뜨끔한 이명박, 사과를 요청하게 된다.
"그거슨 당신의 발언처럼 일반론 ㄳ." 박근혜는 이렇게 답했고.
다시 이명박,
"그거슨 비겁한 변명. 대통령 겨냥했던 것에 대해 사과해 ㅅㅂㄻ."
다시 박근혜,
"그 말이 문제가 있으면 문제 있는대로 처리하셈 ㄳ."

아이고야~ 재미지다!! 박근혜가 굳이 일반론이었다는데 명박이는 굳이 자기한테 욕한 거 사과하란다. 이거슨 본격 강도가 복면 벗고 얼굴 인증하는 시츄에이션?

글을 쓰고 있는데 방금 속보가 떴다. 이렇게 복잡다단한 철학적, 정치적인 논의를 멀리서 주고받기에 어려움을 느낀 이명박 대통령께서 박근혜에게 회동을 요청했다고 한다. 수십 년 전 프랑스 철학자에 의해 다뤄졌던 강도론이 21세기 현실 정치 속에서 '강도 높고' 수준 높게 논의되고 있다는 점에 매우 감동받고 있는 요즘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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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론 검색하다가 노노데모 글을 읽게 되었는데, 세종시 관련해서도 박근혜를 기회주의자(스럽긴 하지)로 신랄하게 까더니 역시 정몽준밖에 없다면서 끝을 맺더라. 전에 어떤 글에서 노노데모가 그냥 보수 꼴통 집단인 것 같지만 실상은 '기독교 근거' 보수 집단이라는 주장을 펼치던데 이게 꽤 설득력 있는 이야기인 듯. 정몽준이 소망교회 다니고 박근혜는 아마 불교 신자지? 보니까 노노데모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회원들이 정몽준도 거기서 거기라는 소리를 하고 있고 카페 주도 인사들이 정몽준 홍보에 열을 올리던데... 나중에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각종 시위대의 선봉에서 노노데모 깃발이 나부끼는 진풍경을 보게 될지도... No가 두 개니까 역시 데모를 강력히 하자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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