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침묵

from 소요유 2009. 5. 23. 23:44
사용자 삽입 이미지

봉하마을 가서 한 번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가버리시네요..
그래서 실제로 한 번 뵙지도 못하고 보내드린 것 같아 가슴이 아팠는데, 생각을 해 보니 2002년 민주당 경선때 뵈었었군요.
그 때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스물을 갓 넘긴 저는 참 행복했었습니다.
학교에서 배웠던 옳은 것들, 부모님께 들었던 바른 것들이 세상에 가득해질 것이라 믿었습니다.
이제 생각해 봅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그런 바람들을 품게 만들었던 당신이 얼마나 젊은 사람이었던가를.
저는 이제 서른을 바라보게 되었고, 스무살 때 바라던 세상이 올 것이라고 믿지도 않았습니다.
전 이미 당신보다 훨씬 늙어 있었던 것이지요.

당신 때문에 두 번 울었는데, 그 두 번 모두 당신이 안쓰러워서라기보다는 제 자신이 부끄러워서 그랬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
제가 늙어서 젊은 당신을 죽였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래도 제발 2002년 그 해의 기적이 다시 일어날 거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다시 그 기적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세상이 다시 한 번 젊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지 않다면 살 마음이 안 생길 것 같습니다.
전 임종을 앞두고 있는 노인이 된 기분입니다.
이렇게 늙어 죽고 싶지는 않습니다.
세상이 늙어 젊은 당신을 볼 수 없지만, 언젠가 우리가 다시 스무살이 되었을 때 당신을 다시 볼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당신은 갔지마는 나는 당신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차마 보낼 수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