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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기원 - 데이비드 M. 버스


무려 600쪽에 달하는 무거운 책. 근데 내용은 평이하고, 게다가 흥미로운 소재들이라 읽기는 어렵지 않다. 굉장히 할 말이 많은데 일단은 진화심리학에 대해 감탄할 수밖에 없다. 인간 사회에서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많은 부분들이 진화심리학에 의해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해석의 도구도 간단하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유전자'의 요구를 따른다는 것. 그런데 앞에 말한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이 중요하다. 현대 사회에서 분명히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단순히 '유전자'에 의해 강요되고 있다는 사실은, 인간이 이제는 유전자의 요구 즉 진화적 적응을 거부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진화 심리학은 진화 생물학이 동식물의 생태를 연구하는 것처럼, 어쩌면 문명이 배제된 인간의 생태를 연구하기 위한 학문은 아닐까? 그 뿐 아니라 이 책에서 진화심리학적 방법으로 해석한 사례들 중 몇개는 수긍이 안되기도 했고 더구나 자살, 동성애, 종교, 예술, 입양, 2세 생산을 배제한 불륜, 유전자적 이득 없는 살인 같은 문제에는 수긍하기 힘든 가설만 쏟아내고 있다. 그런 것들은 좀 천천히 정리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자신에 대해, 타인에 대해, 세계에 대해 이성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많은 부분들을 해석해 준다는 점에서 좋은 학문, 좋은 책! 물론 해석의 틀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것이지 해석의 틀에 포섭되는 것이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도 다 이성적인 작업이다.

관련 글: 2007/10/03 - [소요유] - 진화심리학에 대해서
2007/10/04 - [소요유] - 진화심리학에 대한 글에 대한 트랙백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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