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from 도서관 2022. 6. 8. 12:19

 

 

 

오랜만에 김영하 소설을 읽었다.

우엘벡 + 영화 '블레이드러너' + 영화 'her' 의 느낌이 난다.

다들 '이야기'를 이야기한다. 저 옛날 오디세이아에서부터 지금까지 인간은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언제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 후기에서 김영하의 아내가 결말이 새삼 슬퍼서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김영하는 자신의 마음이 전해져서 보상을 받은 느낌이라고 한다. 아이가 없는 김영하 부부는 어쩌면 가상의 아이를 떠나보내는 작별인사를 나눈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그리고 그 모든 떠나보냄마저 떠나보내는 결말을 통해, 궁극적으로 모든 인류는 하나의 작별인사로 귀결됨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마 아이가 없을 나도 이 딩크족에 대한 헌사와도 같은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작가 후기라니. 작별인사의 끝에 작가 후기가 있는 건 좀 아이러니 같다.

우리는 모두 쓸쓸히 작별 인사를 할 것이다. 잘 지내라고, 잘 있으라고, 잘 가라고. 그러나 진짜 작별 인사, 마지막 작별 인사는 스스로에게 할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들에게 안녕, 하고.

외할머니께서 작별인사도 없이 돌아가셨다. 괜찮다. 외할머니도 내 안에 계시다가, 나의 작별인사와 함께 떠나갈 것이다.

인류는 단 하나의 작별인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