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메모 둘

from 소요유 2015. 9. 17. 11:40

사랑은 이미 지나갔거나, 아직 오지 않았다. 언제인가부터 사랑은 스쳐 지나간 버스 창가에 앉아 있곤 했다.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내 옆엔 오래 지키고 있는 섹스 뿐이었다. 사랑이 올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그것은 찰나간 반짝이다 이내 잿빛 섹스로 치환될 것이다. 목적지를 정하고 버스를 타야 하는데, 나는 그럴 용기가 없다. 그저 정류장에 앉아 있을 뿐이다. 섹스와 함께. 기나긴 섹스.


세상이 정말 시시해졌다. 시시한 것들, 시시한 사람들만 남아 회색 지구를 초점 없이 배회할 것이다. 삶과 죽음의 모호한 경계들 속에서 시시한 호흡에 그 어떤 미련도 남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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