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여전히 난 믿고 있어요. 만약 인간이 자기 인생을 완성하고, 모든 감정에 형태를 부여하고, 모든 사상에 표현을 붙이고, 모든 꿈을 현실로 바꿀 수 있다면, 세계는 참신한 자극을 받게 되어, 인간은 중세적인 병폐를 읻고, 그리스적인 이상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말입니다. 아니, 그것은 그리스적인 이상보다도 더욱 고상하고 풍요로운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현대인은 용기를 지닌 사람조차도 자기 자신에 대해 두려움을 안고 있어요. 야만인의 육체 훼손이라는 습관이 비극적으로 아직도 자기 부정이라는 형태로 남아 있고, 그것이 우리 생명에 상처를 입히고 있는 것이죠. 인간은 반드시 벌을 받고, 우리가 충동을 자제하려고 하면 그것이 정신으로 파고들어와 우리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는 거죠. 육체는 한 번 죄를 범하게 되면, 그 죄와 손을 끊을 수 있어요. 행동이란 일종의 정화 작용이기 때문입니다. 죄를 저지른 다음에 남는 것이라면, 쾌락의 추억이나 회한이라고 하는 호화스러운 감정뿐이에요. 유혹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유혹에 져버리는 일뿐이죠. 반항이라도 한다면 인간의 영혼은 금지된 것에 대한 동경으로 다치고, 영혼의 법칙대로 추악해져, 허락되지 않는 것에 대한 욕망으로 시달리게 될 겁니다. 이 세상의 위대한 사건은 머리 속에서 발생한다고 하지만, 이 세상의 커다란 죄악도 또한 머리 속에서, 단지 두뇌 속에서만 일어나는 겁니다. 그레이 씨, 아시겠어요. 장미 같은 젊음과 장미 같은 여린 점을 지난 당신 자신도 역시 두려운 격정이나 상념을 안고, 생각만 해도 부끄러워질 것 같은 백일몽과 잠자는 동안에 꿈꾸었던 것들이 있었을 텐데요."

"자네, 내 말을 들어 보게. 인생에서 한 번밖에 사랑을 하지 않은 인간이 바로 천박한 거야. 그런 패들이 충실이라 부르고 성실이라 이름붙인 것을, 나는 습관의 타성이라거나 상상력의 결여라고 불러. 감정 생활에서 성실이라는 것은, 지적 생활에서의 일관성과 마찬가지로 실패의 고백에 불과해. 성실성, 언젠가는 이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어. 성실성 속에는 격렬한 소유욕이 숨겨져 있어. 그건, 이 세상에는 남의 눈치만 없다면 아낌없이 버릴 수 있는 것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야. 아니, 이야기를 중간에서 끊고 싶지는 않네. 계속하게."

"배질이라는 인간은, 자신속에 있는 매력적인 것은 무엇이든지 전부 작품에 쏟아 버리지. 그 결과 그의 인생에는 편견과 대의명분과 상식밖에 남지 않게 되었어. 내가 알고 있는 범위에서는, 인간적으로는 재미있지만, 예술가로는 볼 것이 없는 자야. 훌륭한 예술가는 작품 속에서만 존재하고, 인간으로서는 보잘것 없는 자들이야. 대시인, 참으로 위대한 시인은 온갖 사람들 속에서 가장 시적이지 못해. 인간적인 세상에서 하급의 시인은 매력적이야. 그가 쓰는 시가 형편없을수록 그 인간은 아름답게 보여. 이류급 14행 시집을 낸 일이 있는 것만으로 그 시인은 그야말로 매력적인 인간이 되는 거야. 그런 시인은 자신이 쓸 수 없는 시를 몸으로 표현하고 있지. 그런데 한 쪽의 시인은 용기가 없기 때문에 몸으로 실현할 수 없는 시를종이 위에 적어 놓고 있다는 이야기야."

"영리하기 때문에 간혹 가다가 바보스러운 짓을 할 수도 있는 거야 배질!"

"그건 그렇지만, 도리안의 신분이나 재산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어. 그렇게 신분이 낮은 여자와 결혼하다니, 아무래도 어리석은 짓이야."
"자네가,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여자와 결혼시키고 싶다는 생각이라면, 그렇게 말해주는 것이 좋을 거야, 배질. 그럼 그는 분명히 결혼을 하고야 말 걸. 인간이 어처구니 없이 바보스러운 짓을 할 때는 항상 가장 고귀한 동기가 있는 법이니까."

"당신은 재혼하기에는 너무나도 행복했어요. 여성이 재혼하는 것은 최초의 남편이 싫기 때문이며, 남성이 재혼하는 것은 최초의 아내를 대단히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여성은 운을 시험하며, 남성은 이미 얻은 운을 거는 것이죠."

"당신은 정말 위험한 말을 하길 좋아하는군요, 헨리 경! 이 문제에 관해서는 완전히 짐작이 빗나갔어요. 저는 공작 부인을 대단히 좋아하기는 하지만 사랑 같은 건 하지 않아요."
"한편 공작 부인 쪽은 자네를 열렬히 사랑하지만,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대단히 균형이 잘 잡힌 한 쌍이라고 할 수 있지."

"배질은 대단한 인기인이었고, 또한 언제나 싸구려 시계를 지니고 있지 않았는가. 그가 남에게 살해당할 이유가 어디에 있나?"



지큐에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컨셉으로 화보가 실렸길래 다시 읽었다. 일신서적 문고판 표지를 찾을 수 없어서 소설이 처음 발표된 잡지 표지로 대신.
헨리경 말장난, 허세는 시쳇말로 좀 쩐다. 아 귀여워 죽겠어.. ㅋㅋㅋㅋ
매력적인 캐릭터라 생각되어 영화화되진 않았나 찾아 보았더니만 09년 09월 09일, 그러니까 딱 내일 '도리언 그레이'란 제목으로 개봉한단다.
사실은 45년작도 받아서 봤는데,, 그레이 역이 영 별로였다. 뭐가 그리 범생 같은지.
이번에 나오는 영화엔 그레이 역으로 벤 반스, 헨리경 역으로 콜린 퍼스! 뭐 그레이 역도 괜찮아 보이고.. 콜린 퍼스 딱이다!

실제 인물 중에서 찾아 보자면... 노엘 갤러거? 이상하게 오아시스 애들하고 이어진단 말이지.. 원래 오아시스 별로 안좋아했는데.. 지산에서 공연도 보고 인터뷰 영상도 보다 보니까 정 들더라. 헨리경 귀여운 것처럼, 얘네도 딱 귀엽달까? 애들이 진짜 순수하고 착해 보여. 막 욕하고 센 척하지만 실제론 존나 귀여운 형제. 너바나 관련 인터뷰 보면 알 수 있다.
"난 걔를 좋아하니까.. 걔네가 '난 내가 싫고 죽어버리고 싶어' 막 그러는 게 존나 싫어. 그건 정말 쓰레기거든."
아우 진짜 귀여워 죽겠다니까. 이건 딱 헨리경이 망가진 그레이를 봤다면 했을 소리잖아.

암튼. 예고편 캐멋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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