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주의]
-사회민주주의적 마르크스주의 : 마르크스의 죽음이후 그의 학설은 노동 운동의 이데올로기로서도, 아카데믹한 이론으로서도 지지받으며 유럽에서 다양한 조류를 낳았다. 그 중에 주류는 독일 사회민주당이다. 베른슈타인으로 대표되는 독일 사회민주당의 특징은 경제적 결정론이나 폭력혁명에 대한 거부에 있다. 그들에 의하면 경제적인 생산양식(하부구조)이 사회나 문화의 존재방식(상부구조)을 결정하며, 고도로 발전된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사회주의로 이행한다. 따라서 사회 변혁을 위한 폭력혁명은 필요하지 않으며, 의회제 민주주의라는 평화적 수단으로 권력을 탈취할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마르크스주의 :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를 중심으로 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가장 중요한 물음은 마르크스주의가 왜 파시즘과 반유대주의를 막지 못했는가이다. 이 대목에서 그들은 프롬의 지도 아래 마르크스주의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종합하여 무의식적으로 권위에 복종하려는 성격유형, 즉 '권위주의적 퍼스낼리티'를 밝혀낸다. 이러한 권위 개념은 미국의 대중문화비판에도 적용된다. 이미 문화는 '문화산업'이 되어 단지 상품을 수동적으로 소비할 뿐인 일차원적 인간을 생산하고 있으며, 따라서 권위주의적 퍼스낼리티의 온상이 된다고 비판한다.

[일리아 il y a]
전쟁이 끝나고 전쟁터에서 귀환한 사람들 사이에는 다른 존재감각이 생겨나기도 한다. '존재하는' 것의 환희,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경이에 맞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존재하는' 것의 의문에 사로잡히는 감각이 있었던 것이다. 전부 변해버렸는데 왜 세계는 여전히 '존재하는'가. 가까운 사람이 모두 사라져버렸는데 왜 세계는 존재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존재는 '증여'이기는 커녕 오히려 각박하고 결정적인 '박탈', 의미의 철저한 박탈이 아닐까. 중심을 잃고 모든 의미가 벗겨진 세계가 아직도 존재한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존재를 지속한다. 그때 단순히 '존재한다(il y a)'는 것은 끝을 알 수 없는 공포이지 않은가.
레비나스에게 전후의 경험은 무엇보다도 그런 공포의 경험이었다. 수용소에서 해방되어 옛 주거지로 돌아간 레비나스는 아마 가까운 사람들의 결정적인 부재를 차례로 알게 됐을 것이다. 아우슈비츠에서 동포들이 '말살'된 일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세계에는 무수한 구멍이 패였다. 가까웠던 사람들의 부재, 동포들의 횡사로 무수한 구멍이 패였을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여전히 '존재하고', 생존자들에게는 곧 '일상'이 찾아온다. 살아남은 자는 역시 삶을 이어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전에 죽은 자가 차지하고 있던 장소를 곧 산 자가 메워간다. 상이 끝나면 하루 하루 삶이 재개된다. 죽은 자의 부재라는 결정적인 무조차도 이렇게 존재 속에 섞여들어간다.

'존재한다'는 것에는 용서가 없다. 일리아란 각박함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그런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경험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 수 있을까.
모두 사라져버려도 여전히 그저 '존재한다.' 레비나스는 말한다. 일리아의 (경험아닌) 경험은 등불 하나 없는 한밤중 어둠의 경험과 닮아 있다고. 어둠을 바라보며 희미한 소리에 기를 기울이려 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공허가 무언가로 채워지고 침묵 자체가 웅성거리는 듯이 느껴진다. 그 침묵의 웅성거림이 내게 잠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불면 속에서 나의 의식이 오히려 점차 어둠 자체에 스미는 것을 느낀다. 내 몸의 윤곽조차 어둠 속에서 흐릿해지고 의식은 투명하게 맑아지면서, 투명한 채 오히려 어둠과 서로 섞여간다. 그러므로 '내'가 일어나는 일은 더이상 없다. "깨어나는 것은 밤 자신이다. '그것'이 각성하고 있다." "이 이름없는 깨어남 속에서 나는 존재에 남아 있지 않고 바래 있다"(《존재에서 존재자로》) 그것은 공포의 한 가지 경험이리라. 그것 자체의 의미가 박탈된 불면, 무엇을 위해서도 아닌 그저 잠을 금지당한 의식이 일리아의 공포에 갇혀 있는 것이다. 이런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이 문득 피부에 닿는 것, 그것이 공포이다"(같은 책)
밤의 어둠이 고요 속에서 여전히 웅성거리는 것은 어둠이 무수한 죽은 자들을 품고 있으면서도, 그 무수한 죽은 자들은 은폐하고 있기 때문임에 틀림없다. 내가 때로 불면의 밤을 경험하는 것도 죽은 자들이 날이 밝지 않은 어둠에 깨어 있기 때문임에 틀림없다. 소리를 빼앗긴 자들이 소리가 되지 않는 소리로 계속 웅성거리고 있기 때문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가차없이 '존재한다'는 경험은 이미 사라져 부재하게 된 자들, 죽은자들에 대한 '나'의 '책임'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것이 된다.
'존재한다'는 것에 관한 레비나스의 사고, 일리아의 가차없음을 이야기하는 레비나스의 언설은 이렇게 타자에 대한 책임을 지속적으로 묻는, 성숙한 레비나스의 사고를 준비하고 있었던 셈이다.

[소진]
생산-증여(혹은 교환)-소비-재생산이라는 순환적 회로를 부수고 그 외부로 나아가려는 운동을 지시하기 위해, 바타유는 자신이 소유한 모든 힘과 자원을 그 순간에 써버리는 행위로 '소진'이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이 '소진'은 어떤 대가도 요구하지 않고 줘버리는 '순수한 증여'이기 때문에, 유용성의 차원을 뛰어넘어 성스러운 차원을 드러낼 수 있다. 또한 '소진'은 등질적인 것의 교환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이질적인 것들에게 열릴 가능성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에로티시즘의 경험과 통하는 측면도 있다. 이렇듯 바타유에게 '소진'이라는 개념은 필요를 만족시키는 행위로서의 생물적 욕구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인간적인 욕망의 비밀에 빛을 비추려는 하나의 시도이다.

[노마돌로지]
들뢰즈와 가타리는 두 종류의 여행을 구별해야 한다고 한다. 하나는 홈패인 공간을 이동하는 정주민적인 여행. 또 하나는 매끄러운 공간에서 유목적으로 '그 장소에서 하는 여행.' 이러한 구별은 '이념적인' 구별이다. 실제로 유목민과 정주민은 늘 섞여 있고, 한쪽에서 다른 한 쪽으로의 이행이 존재한다. 매그러운 공간과 홈패인 공간도 언제나 혼합되어 있을 뿐 아니라 '매끄러운 공간은 끊임없이 홈패인 공간으로 게속 변화한다.' 바다는 매끄러운 공간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라들은 바다를 다른 어떤 매끄러운 공간보다 더 홈패인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사막이든 바다든 그곳을 패인 공간으로 만들어 정주민으로서 살 수 있는것이다. 거꾸로 사람들은 도시에서도 매끄럽게 살면서 도시의 유목민이 될 수 있다.
노마돌로지에서 중요한 점은 공간화의 양태, 요컨대 매끄러운 공간과 홈패인 공간, 서로의이행 또는 반전, 서로의 결합과 융합이다. 저자들은 '우리가 매끄러운 공간 하나로 충분히 구원받을 것이라고는 결코 믿지 말라'고 당부했다.

[정의]
롤스의 정의론이 아리스토텔레스의 배분적 정의 및 시정적 정의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그것을 근대적인 자유주의사상 속에서 독자적으로 재구성하고자 했던 것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정의의 수립을 근대사상의 출발점에 있는 사회계약론을 통해 정당화함으로써 '정의로운 근대사회'의 원리를 그려내고자 했다. 다만 이 경우 롤스는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와는 달리 공동체의 '정의'를 공동체의 '선'이나 '덕'과 분리하여 이해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고대 사상가에게 정의는 그 자체가 선이며 덕과 불가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근대적 자유주의계보에 있는 롤스는 집단으로서의 '좋은 삶의 방식'이라는 의미의 공동체의 선은 중시하지 않는다. '삶의 방식'은 개인의 가치관의 문제인 것이다. 정의는 어디까지나 다양한 가치를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모든 개인이 그들의 자유를 추구할 때의 사회적인 조건(규칙)과 관계할 뿐이다.




읽으면서 요즘 유행하는 '당신을 OO의 전문가로 만들어 드립니다' 시리즈가 계속 생각났다. 88개의 현대 사상 키워드에 대한 설명도 쉽고 재밌는데다가, 각각의 키워드들이 서로 얽히고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도 잘 정리되어 있어서 흥미롭다. 아래는 목차.

[사상의 흐름]
응용윤리학
해석학
문화연구
현상학
구조주의
실존주의
존재론
프랑크푸르트학파
분석철학
포스트구조주의
포스트모던
마르크스주의

[사상의 키워드]
안티휴머니즘
일리아
말할 수 없는 것
가능세계
환경세계이론
기억
크레올
차이.차연
서발턴
죽음
젠더
소진
상징
생활세계
타자성
탈구축
지식의 고고학
철학적 인간

인식론적 단절
노이즈
노마돌로지
반철학
물상화

[언어]
기호론
언어게임
언어행위이론
시니피앙.시니피에
생성문법

[심리]
오이디푸스콤플렉스
거울단계
게슈탈트이론
중충결정
상징계.상상계.현실계
정신분석
이중구속
반정신의학

[정치]
공동체이론
정의
전체주의
내셔널리즘
문명의 충돌
유토피아
자유주의

[경제]
조절이론

[사회]
군중
커뮤니케이션이론
시뮬라르크
사회시스템론
실천감각, 아비투스
미디어론

[역사]
아날학파 역사학
근대세계체제
역사의 종언

[인류]
경제인류학
증여
중심과 주변
야생의 사고

[종교]
성스러운 것
변증법적 신학
유대사상

[과학]
어포던스
오토포이에시스
카오스이론
과학사, 과학철학
과학전쟁
바이오테크놀로지
패러다임
프랙탈
홀리즘

[비평]
에크리튀르
오리엔탈리즘
상호텍스트성
수용미학
폴리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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