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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것은 득이 되고 또 욕망을 만족시키는 것도 득이 된다. 왜냐하면 욕망은 그렇게 함으로써 증가되니까. 내 진실로 그대에게 말하나니, 나타나엘이여, 욕망의 대상의 늘 거짓될 뿐인 소유보다는 매번 욕망 그자체가 나를 더욱 풍요롭게 해주었느니라.

나타나엘이여, 공감이 아니라 사랑이어야 한다.

너 자신을 아! 존재들 중에서도 결코 다른 것으로 대치할 수 없는 존재로 창조하라!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걷고 싶은 욕망, 거기엔 하나의 길이 열리고,
쉬고 싶은 욕망, 거기엔 그늘이 부르고,
깊은 물가에서는 헤엄치고 싶은 욕망,
침대가에 이를 때마다 사랑하고 싶은 욕망 혹은 잠자고 싶은 욕망.
나는 대담하게 각각의 사물 위에 손을 내밀었고 내 욕망의 모든 대상들에 대하여 권리가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사실은, 나타나엘이여, 우리가 바라는 것, 그것은 소유라기보다는 사랑인 것이다.) 내 앞에서 모든 것이 무지개처럼 빛나기를. 아름다움이 저마다 나의 사랑의 옷을 입고 나의 사랑으로 장식되기를.

나타나엘이여, 결코 미래 속에서 과거를 다시 찾으려 하지 말라. 각 순간에서 유별난 새로움을 포착하라. 그리고 그대의 기쁨들을 미리부터 준비하지 말라. 차라리 준비되어 있는 곳에서 어떤 '다른' 기쁨이 그대 앞에 불쑥 내닫게 된다는 것을 알라.

커다란 파도들이 밀려와서는 소리도 없이 서로 뒤를 이어간다. 파도는 파도를 뒤따르고, 어느 파도나 거의 자리도 옮기지 않은 채 똑같은 물방울을 밀어 올린다. 오직 형태만이 돌아다닐 뿐. 물은 휩쓸렸다가 파도와 헤어져 결코 함께 가는 법이 없다. 모든 형태는 지극히 짧은 순간 동안만 같은 존재로 나타날 뿐이다. 각각의 존재를 통하여 형태는 계속되다가 다음에는 그 존재를 포기한다. 나의 영혼이여! 어떠한 사상에도 얽매이지 말라. 어느 사상이든 난바다의 바람에 던져버려라. 바람은 네게서 그것을 걷어내 가리라. 너 자신이 사상을 하늘에까지 가지고 갈 수는 없을 것이다.

모래의 사막이여, 나는 너를 열렬히 사랑할 수도 있었을 것을. 아! 너의 가장 작은 모래알일지라도 그만의 자리에서 우주의 전체를 이야기해 주는 것을! 먼지여, 너는 그 무슨 삶을 추억하는 것인가? 그 무슨 사랑에서 생겨난 삶인가? 먼지는 우리가 저를 찬양해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 행복이
죽음 위에 피는 꽃과 같음을 사랑한다.

나는 네가 나와 다르기 때문에 너를 좋아했다. 나는 너에게서 나와 다른 점만을 좋아한다.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하여 태어났음을
물론, 자연의 모든 것이 가르쳐주고 있거늘.

변덕스러운 영혼이여, 서둘러라! 가장 아름다운 꽃은 또한 가장 빨리 시든다는 사실을 알라. 그 꽃의 향기를 어서 빨리 허리 굽혀 맡아보라. 영원불멸인 것에는 향기가 없는 법.

고개숙인 이들이여, 자 이제 고개를 들어라! 무덤을 향하여 기울어지는 눈길이여, 고개를 들어라! 텅 빈 하늘을 향해서가 아니라 저 대지의 지평선을 향하여 일어서라. 굳세게 갱생하여, 죽은 자들의 악취가 진동하는 언저리를 박차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동지여, 그대의 발길이 가는 그곳으로, 그대의 희망이 부르는 대로 전진하라. 과거의 그 어떤사랑에도 매이지 말라. 미래를 향하여 몸을 던져라. 더 이상 시를 꿈의 영토 속으로 옮겨놓지 말라. 현실 속에서 시를 읽어내어라. 시가 아직 현실 속에 있지 않거든 그 속에 시를 심어라.

삶에서 거의 대부분의 고통은 신의 책임이 아니라 인간들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그대가 깨닫기 시작하는 날부터 그대는 그 고통들의 편을 더 이상 들지 않게 될 것이다.





안개 낀 산을 달음박질로 다녀와서 냉수 한 잔 들이키고 환자는 없고 오늘은 기필코 지상의 양식을 마저 읽겠다고 드러누워서 콘칩 하나를 까 놓고 손가락 쪽쪽 빨면서 벅스에서 자우림 신보를 틀어 놓으니

사랑하고 싶어요 사랑하고 싶어요
내일은 다시 새로운 방법으로
어제의 사랑으론 행복하지 않아요
오늘은 지금까지 몰랐던 사랑에
빠져보고 싶어요 달콤하게

앙드레 지드는 어느 곳에서나 잠을 청했다네.

나타나엘이여. 잠자리에 관해서는 그대에게 무엇을 말할까. 나는 짚가리 위에서 잠을 잤다. 밀밭 고랑에서 자기도 했다. 풀밭에서 햇빛을 받으며자기도 했다. 밤에는 건초 쌓인 헛간에서 잤다. 나뭇가지에 해먹을 달아 매기도 했다. 물결에 흔들리며 자기도 했다. 배의 갑판 위에서도 잤다. 얼빠진 눈 같은 선창을 마주보며 선실의 비좁은 침상에 누워 자기도 했다. 창녀들이 나를 기다리는 잠자리도 있었다. 내가 어린 소년들을 기다렸던 잠자리도 있었다. 너무나도 부드럽게 드리워진 천이 내 육체처럼 사랑을 위하여 분위기를 마련하는 것 같은 잠자리도 있었다. 나는 들에서, 마룻바닥에서 타락하듯이 잠을 자기도 했다. 달리는 기차 속에서 잠시도 움직임의 감각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자기도 했다.

그래,
공감이 아니라, 사랑.
그저 사랑할 뿐이다. 사랑했거나 사랑할 것이 아닌 오로지 사랑할 뿐이다. 사랑했던 것을 사랑하기엔, 사랑하게 될 것을 사랑하기엔, 이 순간 사랑할 것이 너무도 많구나. 문자 메시지 쪼가리 하나 하나 들쭉날쭉한 띄어쓰기 오타 하나 하나가 사랑이요 침대에 흘린 콘칩 부스러기 하나 하나가 사랑이요 벅스 무제한 듣기도 사랑이요 오지 않는 환자도 사랑이로다. 창밖 단풍나무에 쏟아지던 햇살은 이미 쏟아져내렸지만 그도 사랑이었고 지금도 너에게 사랑해내리노라. 실로 순간만이 사랑이요 순간만이 영원이노라.

너를 사랑한다 오로지 이 순간만.
어즈버 영원은 순간보다 짧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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