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후기

from 소요유 2008. 2. 11. 21:07
2월 1일부터 10일까지 마산에서 푹 쉬다 왔다. 오랜만에 일하려니 힘들군.

고딩대 어여삐 여기던 황군을 대략 8년만에 만나 원스어폰어타임을 봄. 아직 꽤나 동안이었지만 8년 전처럼 볼을 쪼물딱거리지고 싶지는 않았다. 원자력발전소에 취직했는데 생활 패턴이 나와 꽤 유사했다. 시간이 넘쳐나서 방에 피아노 한 대 들여 놨다고. 유군과 함께 셋이 서울서 만나면 꽤 재미있을 듯. 원서퍼너탐은 그냥 즐거웠다. 이보영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약간 미스캐스팅 같고 박용우는 멋있었다.

설날 외가에선 이종 사촌들에게 관광당함. 젤 어린 중2짜리 동생마저 180을 넘어섬. 애들이 다 강동원이야 젠장. 키만.

설 다음날 부산에서 6년째 연애중인 김양과 6년째 연애중을 봄. 원랜 스위니토드를 볼 작정이었는데 시간을 못맞춰서 선회했다. 사는게 다 거기서 거긴데 김양은 자기 이야기와 딴판이라며 난색. 다 인정하고 살면 편하다. 괜히 있지도 않은 환상, 이상 따위에 목을 매니까 현실이 시궁창같은거다. 원래 이런거다 생각하고 살면 된다. 깨놓고 말해서 내가 여자라면 당장 괜찮은 남자랑 원나잇을 해서건 어떻게든 아이 하나 낳을 것 같다. 뭐 사랑이 어쩌니 결혼이 어쩌니하면서 시간 낭비할 것 같지 않다. 사랑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끝내 변하지 않을 무언가나 보다 더 높은 것 따위를 찾아 헤맬 이유가 없다는 것. 남자는 아직까지는 혼자 아이를 낳을 수도 없고 젖을 줄 수도 없지만 여자는 다르다. 능력만 되면 얼마든지 혼자 아이 낳아서 기를 수 있다. 아이 기르면서 연애하면 된다. 완벽한 가정이란건 환상이다. 그런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고, 계속 건설되고 있는 동시에 계속 허물어지고 있다. 그래, 결국엔 여성과 정자만이 존재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아니면 남성에게 복강 임신이 가능해지든지 혹은 매트릭스 시스템이 도입되든지 할지도. 숭례문이 무너진 것은 슬픈 일이다. 하지만 이미 무너졌고, 다시 지을 것이다. 애초에 완전한, 원형 그대로의 숭례문은 존재하지 않았다. 현판도 몇 년 후에 달렸고 그 후로도 계속 보수 공사가 있어 왔다. 원래 삶이란 것이 그렇다. 불타면 다시 지어야 한다. 바르샤바는 도시 전체가 새로 지어진거다. 나치가 다 박살냈고, 그래서 다시 지었고, 그래도 바르샤바다. 그나마 숭례문 현판은 살렸다지 않는가. 인정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삶이란 것은 원래 그리 신성하고 완벽한 것이 아니다. 영화를 본 후엔 63회 한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장양도 합류해 놀았다.

설 다음다음날은 재수학원 짝이었던 김군과 놀았다. 최근에 송승환 선생님을 뵈었다길래 5월 쯤 같이 찾아뵙기로 함. 2001년인가 약속 잡고 애들 모아 놨었는데 정작 선생님께서 '누드 사진 촬영회'을 가신 바람에 불발됐었지; 로스쿨이나 가볼까 하는 김군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꽤 오래 함. 대화에서 내가 그렇게 주도적으로 이야기해본 적이 또 있었던가 싶다. 그 동안 참 대화 상대가 없었던 게야. 똑똑한건 좋은거다. 김군은 똑똑하니까, 마구마구 이야기해도 다 들어 주니까 좋았다. 자극을 주는 똑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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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데 같이 갈 사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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