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너를 낳다 죽어야 시다.
2025.12.16
꿈에 닭죽을 샀다. 왁자지껄 사람들이 붐비는 가게에 들어갔고, 점포 안에서는 다들 포장을 기다리며 순서대로 노트에 자기 이름을 적었다. 얼굴이 새하얀 남자 사장은 흰 옷을 입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게도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으라고 했다. 노트의 웨이팅 리스트에는 이름들 앞에 포츈쿠키처럼 경구가 하나씩 적혀 있었다. 내 차례에는 ‘절차탁마(切磋琢磨)’라는 문구가 한자로 적혀 있었다. 그 옆에 이름을 쓰는 순간 여자 사장이 ‘탁’자를 지우고 다른 글자로 바꿔 썼다.
“이렇게 고생은 하지 말아야죠. 다른 글자로 바꾸라니깐?”
남편을 보며 아내는 타박을 했다.
“아하, 그랬지. 고생은 저만 하면 됩니다. 손님은 이루기만 하세요.”
누가 봐도 닭죽 장사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백면서생이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아 그런가요?”
다시 여주인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꼭 그렇게들 고생을 해야 하나? ‘너를 낳다 죽어야 시다’ 이런거 있잖아요. 김승희님의 시처럼.”
남자 사장과 내가 마주보며 웃었다.
나는 ‘너를 낳다 죽어야 시다’라는 구절이 너무 충격적이라 잠에서 깼고, 서둘러 그런 시가 있는지 검색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