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락페 간다고 이마트 들러서 막 파나마 모자스러운 걸 하나 샀다.

에콰도르 장인이 한땀 한땀 정성스럽게 꼬아서 만들었지 싶다. 메이드인차이나 써놨지만 에콰도르 장인 초청해서 만든 걸꺼다.

 

 

우린 늙었으니까, 그늘막 텐트와 돗자리를 가져가서 깔았다.

그리고 나는 운전을 하느라 피곤했으므로 바로 누워 잤다.

그러고 있었는데 나머지 친구 놈들이 발발거리며 돌아다니다가 뜬금 없이 이벤트에 당첨돼서 씨제이 종합 선물세트 같은 걸 받아 왔다.

주스, 물, 안주, 간식 거리, 천 가방 등등 꽤나 비싸 보였다.

 

 

사실 라인업을 제대로 보지 못 하고 갔다.

한 주 뒤에 열릴(글 쓰고 있는 지금 시작됐겠다ㅠㅠ) 지산 락페 라인업이 더 마음에 들었으므로 처음 안산으로 가자고 했던 친구놈을 많이 구박했다.

그래서 무려 캣파워가 라인업에 있음을 가서야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알던 캣파워가 아니었으니ㅠㅠ

언제 그렇게 늙으신 거야.. 목소리는 왜 그렇게 탁해진 거야.. 왜 내가 아는 곡은 몇 개 안하는 거야..

 

 

그리고 XX!!!!

좋았다. 둘 다 개섹시함.

 

 

이건 큐어.

pictures of you를 라이브로 들으며 서 있었다.

2013년의 잊혀지지 않을 순간.

스케줄에 공연 시간이 무려 3시간으로 잡혀 있어서 장난인 줄 알았는데 진짜 그렇게 했다.

아니 했으리라 본다. 우리는 못 견디고 중간에 나왔다.

단독 공연 하면 5-6시간을 해 버린다니 무서운 할아버지들이다.

공연장 측에서 조명 끄고 코드 뽑아 버리면 어쿠스틱으로 계속 한다고 ㅋㅋㅋ

 

 

뭐 프리실라 안은 여전히 여신이었고.

한국말도 꽤 많이 선보였다.

 

 

이건 스테레오포닉스. 라이브 참 잘해.

해버나이스데이 떼창 좋았다.

handbags and gladrags는 안 하더라.

 

 

초록 옷 입은 놈이 직장 때문에 시골에 거주하는데 파파존스 피자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우리 집에 놀러 오면 파파존스를 시켜달라고 했었는데 락페에서 딱 팔고 있더라.

3일 내내 한 판씩 먹어치웠다.

맥주도 난 그냥 평범했는데 저 아이는 뭐 이리 맛있냐며 말도 안된다며 한 20잔 마신 듯.

은 오버고 10잔과 20잔 사이일 듯.

괜히 지 알코홀리즘을 희석시키려는 의도의 발언이라 간주함.

 

 

락페인지 머드 축제인지 헷갈림.

비가 계속 와서 걷다가 플립플랍이 진흙에 박혀버리기 시작하자 맨발로 다녔다.

 

 

2006년부터 3일 짜리 락페를 다녔지.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년과 2012년은 안 갔고,

올해 다시 갔네.

3일째 마지막 공연(나인인치네일스)을 앞두고 혼자 멍하니 서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2006년 다른 사람들이 모두 국시 공부를 하고 있을 때 혼자 참가해서 쿨라셰이커 때 맨 앞 펜스 잡고 길길이 날뛰며 전곡을 따라 부르기도 했고, 플라시보 공연 때는 '이게 천국이구나' 하며 오르가즘 비슷한 걸 느끼기도 했었다.

2008년엔 비를 맞으며 와이더즈잇올웨이즈레인온미를 트래비스와 함께 부르기도 했고 2009년엔 해체 직전의 오아시스와 원더월을 불렀다.

이제는 그런 라인업도, 열정도, 사람들도, 청춘도 모두 사라져 버린 것만 같았다.

과연 내년에도 여길 와야 할까.

이젠 없는데,

그걸 확인하고,

또 와서 다시 확인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거겠지.

그리고 올해는 큐어의 픽처스오브유를 들었잖아.

 

 

어느 분이 유튜브에 올린 그 공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