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의 침묵

from 소요유 2008. 4. 6. 00:38

움화화 치과 선생, 내과 선생이 드디어 복무를 마치고 떠나갔다. 말을 하자면 굉장히 길어지기 때문에 참겠음. 세상이 한층 밝아진 느낌. 시도때도 없이 웃음이 나오고 허공에 음표가 떠다니는 것 같은 것이 꼭 연애 초기의 기분. 움화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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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님들이 조언을 해 주셨다. H형(좀 친한 내과쌤)이 이쪽으로 발령받아 오지 않는 이상 되도록 내과, 치과쌤하고는 친하게 지내지 말란다. 지내 보고 괜찮으면 잘 지내고. 백번 옳다. '병신'하고 잘 지내 봐야 플러스되는건 마이너스밖에 없다. 자축 시 패러디도 해 보았다.

                    병신의 침묵

병신은 갔습니다. 아아 짜증나는 나의 병신은 갔습니다.
내 아침 단잠을 깨치고 대박 개원의의 꿈을 향하야 난 좁은 길을 따라 참아주기 힘들게 부시럭거리며 갔습니다.
사시 합격과, 김태희급 여인과의 결혼, 연봉 1억 페이닥터, 미래에셋에 스카우트되기, 자산 1천억 집안의 사위, 대통령 등등 맹박이의 747 공약같이 가볍고 공허한 병신의 옛 바람들은 차디찬 띠끌이 되야서 한 숨의 미풍에 날러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식사의 추억은 나의 병신 대처법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러졌습니다.
나는 토나오는 병신의 말소리에 귀먹고 저승꽃다운 병신의 얼골에 눈멀었습니다.
공보의 복무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고대하고 기다리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기쁨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웃음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거자필반의 재앙을 초래할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기쁨의 힘을 옮겨서 새 경계심와 수신거부의 정수박이에 들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믿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혹시라도 다시 만나게 되지 않을까를 염려합니다.
아아, 병신은 갔지마는 나는 병신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우려의 노래는 병신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아디다스에 메가바운스라는 러닝화를 사러 갔다가 러닝수트까지 장만해버렸다. 영화 아일랜드에 나오는 트랙수트처럼 생겼다. 돈이 많이 깨졌지만 다 갖춰서 착용해 보니 나름 '간지'가 난다 ㅋㅋㅋ. 내일부터 뛰고 걷고 오르고! 다시 열심히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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